블로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가끔 갑갑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슈가 되서 메타블로그의 상위에 랭크되고, 많은 댓글과 트랙백이 달리는 글들 중 다른 블로
거의 한계나 약점, 혹은 실수를 비판하는 내용이 예상보다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블로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글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좋은 글들을 모아 내 의견도 덧붙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항상 오늘보다 나은 무엇인가를 향해 가고 있다는 희망을 엿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좋은 글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하는 것들 중 하나가 나쁜 글, 나쁜 주장에 대해 지나치게 반박하는 글들입니다. 잘못은 고쳐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떻게 고치는 것이 가장 현명할지에 대한 고민은 그다지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블로거들이 의사소통을 하면서 서로를 비판할 수 있지만, 그 근본에는 상대방 블로거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간혹 그 블로거의 발전보다 그 블로거의 잘못을 아주 논리적으로 세세하게 짚어내어 은연 중 자신의 능력을 잘 사용하면서 느끼는 쾌감에 젖은 듯한 분들도 엿보입니다.

자신의 지적, 논리적 능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물결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입니다만 동기가 순수하다고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에서 자주 언급되는 내용들 중 " 선한 동기에서 시작한 일들도 결국에는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  라는 것이 있습니다. 또한 트로이 전쟁에 나오는 " 카산드라 " 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항상 옳은 말을 하지만 설득력을 잃어버려 트로이의 모든 이들이 카산드라의 말대로 따르지 않아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고 말았다는 이야기죠.

오래 전부터 조금씩 느껴오긴 했지만, 최근에도 너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나쁜 글 죽이기에 대한 포스팅으로 인해 가끔 블로거들이 처음에 가졌던 이상들이 엇나가고 있지는 않나 하는 우려가 들기 시작합니다.

과연 나쁜 글들을 모두 죽이면 좋은 글들만 남고, 좋은 글들만 남아있다면 정말 블로거들이 원하는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또한 나쁜 글들을 정말 모두 죽일 수 있을까요?

물론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그릇된 주장들이 판을 치고 있다면 종종 일갈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찢어진 천조각들을을 기우는 정도일 뿐 결코 새로운 천을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헛소리가 난무하고 저마다 아우성될 때 정말 많은 것을 평정할 만한 포스팅을 작성하려 노력하는 게 블로거로서 더 적절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혼자서 안되면 여러 블로거들의 힘을 모아 좀 더 수준높은 단계로 승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좋은 글들은 나쁜 글을 죽이는 곳에서 발견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좋은 글은 나쁜 글을 쓴 사람이 읽어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추신 : 가끔 전혀 신경도 안쓰일만큼 하잘데기없는 글에 엄청난 반박글과 일목요연, 논리정연한 글들이 달린 것을 보곤 합니다. 개인적인 느낌은 그 분들이 다른 블로거들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상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만한 글임에도 마치 그 사람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듯한 뉘앙스가 댓글에서 풍겨옵니다. 어떤 면에서 범죄이긴 하겠죠. 아마 공모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의도는 있었겠으나 결과는 없는..

좀 아깝습니다. 그런 논리와 가치관, 방향성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훨씬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시는 데 주력해주셨으면 합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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