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됐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화 제목이 곧 내용이길 바라는 마음에 관람했으나, 제목은 제목일 뿐이었고, 오늘날의 한심한 언론에 대한 "슬기로운 해법"은 함께 고민해 보자는 명료하고 건전하고 교과서적인(?) 메시지만 들어있었다. "슬기로운 해법"은 여전히 저 너머에 있는 모양새다. 

어떤 정치체제 혹은 경제체제든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건전한 사회일수록 장점들이 더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단점들을 보완해주는 사회적인 장치들이 잘 갖춰져 있다. 언론은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드러나는 폐해 중 하나인 자본권력들을 감시하기 위한 사회적인 도구이다. 따라서, 언론이 추구해야할 것은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진실이다.

스틸컷

출처 : DAUM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은 없을지 몰라도 진실을 가늠해보겠다는 노력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실제 사실들을 아낌없이 왜곡하고 가려버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는 게 지금의 언론이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언론의 모습이 별로 새삼스럽지 않았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평화의 댐" 시절에는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슬기로운 해법"은 이런 암울한 현실들의 최신 버전이다. "슬기로운 해법"은 자본권력을 견제해 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막연한 기대 속에서 언론이 어떻게 자본권력의 시녀이자 서민들을 향한 또다른 권력자로 변질되어왔는지 그 과정을 객관적인 사실들을 근거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어떻게 언론신문들을 길들여왔고, 검찰등의 권력기관에 언론이 얼마나 쉽게 동조해 왔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어떤 것이 "슬기로운 해법"이라는 닫힌 결론 대신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겪어야 했던 사례들을 보여준 뒤, 함께 해법을 고민해 보자고 짧게 마무리 한다.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관객 스스로 고민해 보라고 넌지시 시간을 주는 느낌이다. 

"와치맨"이라는 그래픽노블에 이런 말이 있다. "감시자들을 누가 감시할 것인가?" 

스틸컷

출처 : DAUM



우리나라 언론이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근대사를 보면 꽤나 바른 소리를 해서 힘든 시절도 있었고, 학생, 시민들과 함께 역사의 증인이 되기도 했었다. 언젠가부터 언론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체 방관한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국민TV, 뉴스타파 등등 여러 매체(?)를 통해 비교적 독립적인 언론(?)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운영을 위한 자금일 수도 있겠지만, 먼저 시급한 건 많은 관심이다. 

영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점을 얘기하고 있다.
객관적인 언론은 없다는 것.
결국 판단은 모두 독자의 몫인 것이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이번 주에 우리나라 고교야구의 현실을 그린 " 굿바이 홈런 " 이라는 다큐멘타리 영화의 시사회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이런 류의 상업영화나 다큐를 본 적이 있어 새롭기보다는 뭔가 다른 감상포인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관련 내용들을 찾아봤다.

다큐멘타리 영화 " 굿바이 홈런 ( Goodbye Homerun ) "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docuhomerun

독립영화 중에서 시도조차 드문 고교야구를 다룬 다큐멘타리영화치고는 제법 홍보내용도 많고 관련기사도 많았다. 아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붐의 여파로 보이는데, 관심을 모을 만한 이야기들이 여럿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0 여개의 고교야구팀이 있는데, 그 중 야구의 볼모지인 강원도에 소재한 원주고등학교 야구부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바로 " 굿바이 홈런 " 이다. " 굿바이 홈런 " 은 야구중계에서 사용되는 말로 시합을 결정짓는 마지막 홈런을 뜻한다. 공식용어는 아니지만, 모든 타자들이 꿈꾸는 로망이자 투수들의 악몽이다.

고교야구선수 졸업생 700 여명 중에 프로에 입단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수는 70 여명에 불과한데, 그들 역시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오르려면 끊임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듣기로는 1퍼센트 정도의 확률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치열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독립리그나 실업리그가 없는 이상 ( 독립구단은 고양시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가 있다. ) 대학팀에 진학하는 것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한다. 

이정호 영화감독은 2007년 5월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때 있었던 사건을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다고 한다. 당시 광주일고와 서울고가 맞붙었는데, 9회말 투아웃까지 9:8 의 한점차 승부로 피말리는 상황에서 서울고의 투수 이형종 선수가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패전투수가 됐다고 한다. 동점타를 맞는 순간부터 눈물을 흘리며 역투한 이형종 선수는 ' 눈물의 에이스 ' 라 불렸다고 한다.

굿바이 홈런
감독 이정호 (2011 / 한국)
출연
상세보기


" 굿바이 홈런 " 은 2009년에 촬영되었고, 영화음악은 야구매니아였던 故이진원의 1인밴드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앨범타이틀을 모두 야구와 관련된 제목으로 지을 정도로 열혈팬이었던 이진원씨는 2010년에 안타깝게도 뇌출혈로 세상을 뜨게 됐다. 그의 사후, PC 에서 찾아낸 음악들로 유작 앨범 " 너클볼 콤플렉스 " 이 발표됐고, 그중 2곡의 노래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사용됐다고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안병원 감독은 프로선수 생활을 하다가 2003년 LG 에서 은퇴한 후, 2009년에 원주고 감독으로 부임했고, 현재는 넥센 히어로즈 2군 재활코치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김민우 코치 역시 프로에 입단했다가 주로 2군에서 활동한 후 2009년에 원주고 코치를 맡게 됐고, 현재는 청주고 코치라고 한다. 안경현(전 두산 베어스) SBS ESPN 야구 해설위원, 안병원 넥센 히어로즈 2군 재활코치, 이 영화의 감독인 이정호 감독은 모두 원주고 출신이라고 한다. 원주고는 좋은 선배를 둔 듯 보인다. ^^;;

영화 외적으로는 여러 재밌는 홍보요소들이 많은데, 이런 게 실제 영화적 재미나 감동을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영화에 몰입할 때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감독이 어떤 주제의식을 잘 담아내고 적절하게 표현했는가가 관건이다. 개인적으로 2012년에 가장 재미있게 본 다큐멘터리 야구영화는 EIDF ( EBS 국제 다큐멘타리 영화제 ) 2012 에서 보여준 " 너클볼 " 이다. 감동과 메시지만큼은 웬만한 상업영화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리뷰를 쓰다가 말을 수습하지 못할 정도로 길어지는 바람에 손놓고 있다. ㅋㅋㅋ

대강 살펴봐도 감상포인트는 험난한 경쟁시스템 속에 고교야구의 순수성 내지는 루저 야구팀의 인간승리 정도로 보이는데, 이미 흔한 주제를 감독은 과연 어떻게 소화해냈는지 기대해 볼 따름이다. ^^;;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그 재밌다고 소문난 나홍진 감독님의 " 추격자 " 를 아직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오프라인 블로거 모임에서 만났던 nick님 ( 박병운 ) 이 운영하시는 yoUeFO 라는 ( 이하 UFO ) 단편영화 온라인 상영 전문사이트에서 " 추격자 " 를 만드신 나홍진 감독님의 단편 연출작 2편 ( 완벽한 도미요리, 한(汗) ) 을 무료로 상영 중에 있다는 소식을 안내메일로 알려주셨습니다. 덕분에 " 추격자 " 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완벽한 도미요리


일단 " 완벽한 도미요리 " 라는 작품을 잠깐 감상했는데, 꽤 볼만하네요. UFO 의 영화들은 현재 598 편 정도가 있는데, 모두 무료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후불제 관람료 라는 제도가 있어 기금형태로 모금하는 메뉴가 있는 정도 입니다. ^^;; 전 기본 600원 정도 한번 찍어봤습니다.

또한 모두 단편영화라 5분 ~ 20분 정도라 잠깐 심심할 때 한편씩 골라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화관련학과 학생들의 졸업작품들 위주로 업로드된 듯 해서 아마추어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 완벽한 도미요리 " 를 보니 제법 알찬 결실을 거두고 계신 듯 합니다. 

http://www.youefo.com/

가입하지 않아도 그냥 관람이 가능하므로 전혀 부담없이 위의 사이트에 가셔서 " 나홍진 " 으로 검색해 보시면 작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화질도 나름 H.264 를 사용하신다고 하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 제법 볼만했습니다. ^^;; 


오밤중이라 호러장르의 " 한 " 이라는 영화는 낮에 보고 싶습니다. --;; ㅋㅋㅋ 

두편 다 보고나면 " 추격자 " 에 대한 기대치만 높아져서 오히려 재미가 반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보내진 안내메일에는 친절하게도 나홍진 님의 다른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안내문구도 있습니다.

<5minutes> 작품은 비록 유에포에서 관람할 수 없지만, 상상마당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hub.sangsangmadang.com/movie/onair/onair_theater.asp?syear=&smonth=&cate=&orderby=1&cmd=V&seq=MV251&page=1&ssort=T&sstr=5minutes

나홍진 감독이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살인자>(가제)는 어떤 이야기로 선보일지 궁금하네요.

 
흠.. 요즘 웹하드업체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유료 다운로드를 한다는데 그걸로 보고 싶은 마음에 굴뚝같아지고 있습니다. ^^

뱀발

안내메일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무비위크와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그의 첫 작품 <5minutes>을 이야기합니다.
"영화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구성한 영화라 미칠 것 같은, 어디 보이긴 부끄러운 작품이지만,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있다. 영화 찍기 전에 꼭 보며 보석 같은 교훈을 상기한다."

아마도 <5minutes>이라는 제작 경험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기에 <완벽한 도미요리>와 <한(汗)>과 같은 뛰어난 작품 제작으로 이어지고 <추격자>를 완성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에서 박준범 감독님의 2007년작 독립장편영화 - 도다리(FLOUNDER) 를 보고 왔습니다. 그간 봐온 독립영화 중 가장 소박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산판 " 세친구 " (임순례 감독) 라고도 하는 이 영화는 부산에 사는 26세 가량의 3명의 친구들의 성장통을 담고 있습니다.

시놉시스

어릴 적부터 동네친구인 상연, 청국, 우석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이제 막 사회로 접어드는 과도기 속에 놓여 있다. 상연은 좋아하는 여자 후배가 있는 동아리방에 오랜만에 찾아갔다가 갑자기 선배로부터 룸살롱 일을 소개받게 된다. 힙합뮤지션을 꿈꾸는 청국은 사채와 현실적 압박 속에 시달리게 되고, 우석은 새벽 선착장과 항만부두에서 힘겹게 일하며 경창 공무원이 되기 위해 매진하는데..
아등바등하는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한 현실은 더욱 더 그들을 암담하게 만든다.
연출의도

가늠한 것보다 가혹한 현실을 극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피부로 느끼며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다. 삶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그들의 믿음과 순수성은 상처받고 퇴색되어 간다.
그러나 그 성장통 후에, 삶에 대한 의지와, 관계에 대한 믿음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자에게 긍정적으로 환원될 수 있길 바라며,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 또한 한큼 성숙하길 바란다.

부산사투리와 특유의 무뚝뚝하지만 정이 묻어나는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청춘이 사회를 직접 체험하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실패를 보여주는 데, 제 느낌에는 현실의 가혹함보다는 부서지기 쉬운 청춘의 일면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비교적 쉽고 차분해서 독립영화가 덮어쓰고 있는 어렵다거나 난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이렇게 되면 TV 드라마보다 약간 더 표현이 센 것 뿐인데 굳이 돈내고 극장에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소박한 관람자들의 잣대에 걸릴 것 같습니다. 웬만한 영화광이 아니면 그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저도 그렇구요. 그냥 적당히 잘 만든 드라마 한편을 극장에서 본 기분입니다. 제작비가 6천 4백 3십만원 선이라고 하는데, 요즘 TV 단막극 한편 만드는 비용과 대비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작된건지 궁금하네요. 물론 독립영화는 효율보다 작가주의 정신이 얼마나 잘 표현되었는가와 관객에게 먹혀들었는가가 중요하지요. ^^;;

전 이런 류의 영화를 몇 편 봐서 그런지 그닥 새롭다거나 예리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단지 어디나 있는 철부지 한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느낌정도였습니다. 약간 오버한 느낌이 나는 건 룸살롱에서 일하게 된 상연이 우석이 동생의 병원비 문제로 매춘을 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좀 스토리가 비약적이라고나 할까요? 친구 동생 죽는 것도 아닌데, 즐기기 위한 것도 아닌 ( 설정상 여자랑 하룻밤 즐기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매춘을 생각한다는 것도 좀 억지스러운데, 약간의 의심이 생겨 주저없이 추적해서 친구가 그런 식으로 돈버는 걸 알아내는 부두노동자라니.. 흠.. 부산의 청춘들은 그게 가능한 건지.. ^^;;

경상도 쪽이 고향이신 분들은 재미있게 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역색도 강합니다.

줏어들은 말에 영화에는 열린 구조와 닫힌 구조가 있다고 합니다. 열린 구조는 감독은 문제의식을 충분히 반영만 하고 그 느낌,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이고, 닫힌 구조란 문제의식과 함께 자신의 의견도 피력해서 관객의 호응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도다리는 열린 구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청춘을 어떻게 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독립영화의 섣부름, 재미, 고민을 보여주는 영화.

극장에서 개봉한 흔한 삼류 상업영화보다는 훨씬 볼만한 영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01

0123

오프닝

" 관객과의 대화 " 시간에서 김병우 감독이 밝혔듯이 개인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이야기다. 등장인물A를 연기하는 배우A, 등장인물A를 창조한 작가, 작가의 대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간에 가상의 세계에서 실존하는 등장인물A를 중심으로 대립하는 것이 기본스토리인데, 영화 오프닝이 매우 현란하고 혼돈스러운 이유가 아마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는 등장인물A에 촛점을 맞추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반복되는 화면, 어지러운 화면, 알 수 없는 공간은 개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을 때 느끼게 되는 불안정함을 나타낸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도입부분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시놉시스를 읽고 영화를 관람하는 상황에서도 이야기 속에 빠지는 게 쉽지 않았다. 화려한 색감이 관객의 눈에 빠른 긴장을 주어 집중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재빨리 이야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쉽게 피곤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설정

김병우 감독은 어떤 특정영화에 영향을 받아서 이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여러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음은 인정하고 있다. 최근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 - 인랜드 엠파이어, 스트레인저 댄 픽션 등등 - 이 개봉했는데, 김병우 감독은 나중에 알았다고 한다. 나 역시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아주 오래 전 " 명화극장 " 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 그림자 사나이 " 라는 영화(?) - 알고보니 프랑스에서 1982년에 제작된 TV용 영화라고 한다 - 를 떠올렸다.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새롭다거나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참 어려운 부분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판단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설정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기반이 되는 개개의 부품들과 같다고 본다. 같은 부품을 어떻게 짜맞추느냐를 영화의 독창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면 <WRITTEN>은 꽤 독창적이다. 물론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 연극들에서 설정 뿐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주제가 비슷하다면 개인의 무지를 양해해 줬으면 한다. "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 라는 어느 경구에 많이 동의하지만, 조금씩 바꿔가며 다르게 확대, 표현, 재생산하는 것도 창의력의 일종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

<WRITTEN> 은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 등장인물A 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배우A 와 대립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언뜻 매우 추상적이고 진지해 보이기만 할 것 같은 설정은 스릴러적인 요소, 잘 짜여진 구성으로 중반부터 재미를 더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창조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한 각본으로 인해 등장인물A 에게 넘어온 정체성 확립의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 각본의 엔딩에 집착하는 배우A, 감독에 의해 잠식당하려는 위기에 처해진다. 자신의 이야기임에도 주변인물들에 의해 강요되고, 강제로 끝마쳐지려는 억압으로부터 등장인물A는 몸부림친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기에 현실세계로 도피할 수 없는 등장인물A 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구성이 무난하긴 하지만, 허술한 부분을 잘 감추진 못한 점도 있긴 하다. 제작여건의 어려움 때문이었으리라 보여 더욱 아쉽다.

그밖에..

영화 중반까지 연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도 의도된 부분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연극으로 해도 될만한 각본을 영화로 표현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김병우 감독은 영화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한 것 처럼 보였다. 영화 제작기간이 이미 많이 흘러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얘기를 더 해 볼 기회가 생긴다면 묻고 싶은 것이 몇몇 있다. " 관객과의 대화 " 시간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재미있는 질문을 해서 나는 포스팅으로 정리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있었다.

영화 후반 시계보는 장면에 관해 질문해 준 관객이 단연 기억에 남았다. 약간 우스개처럼 마무리 됐지만, 참 세세하게 집중해서 열심히 봤구나 싶어 웃음이 머금어졌다. 시계얘기가 나왔을 때 혹시 중요한 의미인데 내가 간과한게 아닌가 싶어 뜨끔했다. ㅎㅎ



질문 : 영화 초반 등장인물A 가 링거의 깨진 유리조각을 구두발로 밟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암시로 봐도 되는건지요?

질문 : 등장인물A, 작가, 배우A 등은 전문배우 같고, 다른 분들은 비전문배우 같으신데 맞는지요?

질문 : 영화 속에서 반복과 중첩의 의미를 가지는 구성이 있어 보였는데, 의도된 부분인지요?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반복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억압적인 요소로 비춰지고, 중첩은 갇혀진다는 의미와 함께 안과 밖으로 동시에 관객에게 보여주는 의미로도 이해됩니다만.. ^^;;

질문 : 영화 후반 TV화면 조정시간에 나오는 이미지가 셋트에 그려지는 데 이야기가 종착점에 도착했다는 의미인지요? 아니면 이제부터 등장인물A가 진짜 자기얘기를 만들어가려는 준비가 됐다는 의미인지요?

질문 : 등장인물A 와 배우A 가 만나는 장소들에 지하도, 셋트장, 가상의 공간이 나오는 데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끝으로..

012

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에서 배포된 자료를 전부 스캔해서 올렸습니다. 독립영화 제작현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2천만원에 이정도 영화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주최측에서 술자리를 제안하셨는데, 몇분이나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전 술을 못해서.. 흠.. --;;

아직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독립영화 쇼케이스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ㅎㅎ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