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저렴하게 말아먹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소재는 괜찮았고, 배우들도 보통은 해줬는데 신파조의 전개나 이제 닝닝해진 강우석 영화스타일의 대사빨들이 영 식상했다. 건졌던 건 단 2 가지, LG 구단이 PPL 로 나왔던 것과 충주성심야구단이라는 장애우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라 대강 짐작은 갔지만, 그래도 얼마 안되는 야구관련 영화라 야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끝까지 봤다. 결과는 씁쓸하달밖에..

글러브
감독 강우석 (2011 / 한국)
출연 정재영,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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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고 싶은 점들..

1. 중학교때까지 정상이었던 아이가 돌발성 난청으로 장애우들의 고등학교에 들어온다. 말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귀가 멀었다고 발음이 그런 식으로 엉망이 되는건지 납득하기 힘들다. 장애에는 다양한 종류와 증상이 있으므로 잘 모를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도록 표현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2. 주인공이 왜 개판이 됐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후반부에 자신의 매니저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위해 희생했던 것에 부담을 느끼다 못해 지쳐서 스스로 야구를 포기한 것처럼 설명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부족하다. 게다가 지난 해 이대호 사건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니저와 에이전트는 많이 다른건가? 아님 매니저는 비공식적인 존재고 에이전트는 공식적인 직함인가?

3. 바닷가에서 야구연습하던 중에 바닷물에 글러브를 적시면서 훈련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죽에 소금물이라.. 조합이 이상하다.

4. 영화 끝 무렵에 마지막 야구시합에서 한 타자가 타석의 라인을 밟고 타격을 한다. 컨설팅 안했나?


처음과 중간까지는 그래도 버티며 봐줄 만 했는데, GLOVE 에서 G 를 빼고 LOVE 어쩌구 하는 부분부터는 정말 숨이 막혀왔다. 강우석 감독님의 필이 이만큼 낮았나 싶을 정도다. 아니면 다른 큰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면서 영화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제작비도 상당 부분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영화기 때문이다. 보면 알지만, 보는 걸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막판에는 아주 신파극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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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 (1991 / 미국)
출연 엘렌 바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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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 스위치 " 라는 제목으로 나온 영화를 보고, 같은 제목의 수작인 " 스위치(switch) " 가 생각난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는데, 그 영화의 스토리나 소재가 당시로서는 참 독특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은 영화다.

지금이야 패미니스트나 동성애가 많이 익숙해진 말이지만 그 당시에는 참 급진적인 단어였다. 따라서 그런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는 저예산의 독립영화나 작가주의 정신이 올올이 박혀있는 어려운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 스위치 " 라는 영화는 난감한 소재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점이 좋았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쌈빡한 화면이나 난해한 카메라워킹이니 하는 건 눈에 띄지 않는다. 주인공도 당시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이다. 그래도 여주인공은 연기를 꽤 맛깔스럽게 잘 해낸 것으로 기억된다.

돈도 조금 들어갔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할 수 있고, 아무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배우들이 나오고, 평범한 화면으로 보여준다고 해서 3류영화나 단순한 코메디로 단정지어서는 안될 영화라고 본다. 이 영화에서 중요했던 건 소재와 스토리텔링이었다고 본다.

수많은 여자를 울리는 광고회사의 중역이 있다. 외모도 완벽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이 남자는 어느날, 과거 3명의 여자로부터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했다가 살해당한다. 이때 신이 목소리로만 등장해서 남자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남자를 천국으로 데려가자니 너무 많은 여자를 울린 죄값이 큰데, 갑작스런 죽음을 당해 회개할 기회가 부족했으니 한가지 조건을 전제로 다시 부활시켜 주겠다고 한다. 그 조건은 다름 아닌 이 바람둥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여자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이때 악마도 등장한다. 여지없이 훼방을 놓는데, 이 바람둥이 남자를 여자로 부활시켜 버린 것이다.

주인공은 남자의 성격을 가진 여자인 채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악마를 만나고 난 뒤 무슨 일이 있어도 천국으로 가고 싶은데, 아무리 떠올려봐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거나 사랑해줄 여자를 떠올릴 수가 없다. 죽기 전 남자였던 자신의 여동생을 사칭하며 대장정을 시작한다. 심지어 자기를 죽인 여자들에게도 찾아간 것으로 기억한다.

세세한 스토리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여자로 환생했을 때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여자들의 생활에 대해 알아가는 모습들에서부터 영화의 재미가 시작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완전 패미니스트 영화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여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보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자를 찾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땠었는지를 알게 된다. 안되면 플랜 B. 새롭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해 줄 여자를 찾으려 하지만, 동성애로 적성에 맞지 않는다. 이렇듯 실패가 쌓여가며 주인공은 미래를 암울해져 가며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떻게 주인공은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연속되는 좌절 속에 한 남자가 다가온다. 다름 아닌 살해되기 전에 자신의 친구였던 남자.
여자로 변신한 주인공은 천국에 가려는 절박함과 갑자기 들이대기 시작하는 매력있는 남자친구(?) 사이에서 어떤 결말에 도달하게 될까?

여기까지 스토리에 흥미가 있었다면 영화보기를 추천한다. 이 아래부터는 영화의 결정적인 스포일러 내용이 있으므로 영화를 볼 생각이 든다면 읽지 말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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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 (2010 / 미국,캐나다)
출연 브루스 윌리스,모건 프리먼,존 말코비치,헬렌 밀렌,메리-루이스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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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서 은퇴하고 나이가 지긋한 킬러가 한 명 있다. 어느 날, 의문의 습격이 발생하고, 주인공 킬러는 옛 동료들을 모아 원인을 밝혀내고 악당들에게 복수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이런 류의 영화는 흔히 있어왔다. 자주 만들거나 막대한 투자의 대작으로 만들지는 않지만, 꾸준히 나온다. 왜? 배우들 때문에.. ㅋㅋ

RED 는 이런 습관적으로 만들어지는 웰메이드 영화 중 하나다. 명작일리도 없거니와 블럭버스터급 흥행대작도 아니다. 다만, 좋았던 배우들을 기억하고, 뻔하지만 웬지 가슴이 훈훈해지는 어릴 적 얘기들을 다시 떠올려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이런 부류의 영화에서 감독의 미덕은 뛰어난 재미나 효과에 집중하기 보다 보는 내내 지루하지만 않게 해주고 배우들의 아직 죽지 않은 연기력을 관객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주면 족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연출력이 결코 쉽지 않다. RED 는 그런 면에서 매우 볼만한 영화라고 추천한다. 뻔한 얘기인데, 그리 지루하지 않고, 등장한 배우들의 훈훈함이 그대로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해져야 한다. 킬링타임용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눈을 현란하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을 선물한다.

개인적으로 요즘 뭐하나 싶은 배우들로 모건 프리먼, 존 말코비치 등이 나오는데 등장인물들을 모두 살펴보니 평소 내가 좋게 보던 배우들인 바람에 무조건 보게 됐다. 

제목인 RED 는 영화 중에 설명이 나오는데, Retired Extremely Dangerous 의 약자다. 은퇴했는데 겁나게 위험한 놈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는 빨강은 뜻하는 레드(RED) 라고 읽는다. 늙었지만 아직 붉은 피가 흐른다거나 팔팔 날뛸 수 있다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 듯 싶다. 좀 유치하긴 하지만.. 

영화를 좀 많이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테지만, 존 말코비치도 왕년에 연기력을 한 세월을 풍미했던 분이시다. 블럭버스터 대작들에서는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 급으로 인정받지는 못할 지라도 연기력만으로 놓고 본다면 절대 밀리지 않을 분이셨다. 무표정으로도 화면을 장악하시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연로하셨음에도 표정이 귀여워지셨다. RED 를 보면 존 말코비치가 제일 눈에 들어왔다. 어찌 그리 귀여워지셨는지.. ㅎ
존 말코비치 님은 아직 죽지 않으셨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와 파워오브원,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 님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서도 그럭저럭 본전치기 수준의 존재감을 보여주셨다. 그래도 좋다는..

헬렌 미렌의 영화는 별로 본 적이 없는데, " 퀸 " 이라는 영화가 입소문을 탈 때, 웬지 어디선가 본 인물이다 싶어 찾아봤더니 개인적으로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1981년작 " 엑스칼리버 " 에 아더왕의 누나로 등장했었다.

중딩시절의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단체관람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기네비어가 알몸으로 엑스칼리버 뒤로 주저않는 모습이 갑자기 등장해서 침만 꼴딱 삼기며 보던 기억이 난다. 물론 중딩들이 보는 거라 주요 부위는 다 가렸다. 아마 몇 장면을 잘려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ㅋㅋ ( 내 수준은 아직 여기를 못 넘고 있다 ^^;; ) 

당연히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지 못하고, 특정 장면들만 반복해서 기억에 남겼는데, 헬렌 미렌 덕분에 존 부어맨의 엑스칼리버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감상할 수 있었다. 올디스벗구디스 류의 영화를 괜찮아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한다. 쉰들러 리스트의 리암 니슨 등 뒤늦게 빛을 본 배우들이 꽤 나온다. 어떤 분들은 아더왕 관련 영화 중에 이 " 엑스칼리버 " 를 최고 훌륭한 작품으로 꼽기도 한다.

이 할머니 젊었을 적 모습은 참 새초롬하면서도 사악해 보였는데, 지금 모습은 웬지 귀엽게 느껴진다.

비교적 젊은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메리 루이스 파커도 꽤 좋아한다. ( 64년생이시다. ) 사실 자세히는 모르고, 그냥 이뿌다. ㅎㅎ

미국드라마인 웨스트 윙 시리즈에서 참 예쁘게 봤는데, " 위즈 " (?) 라는 드라마로 더 유명한 듯 싶다. 나이를 먹어 잔주름이나 뭐 그런 나이든 티가 나도 웬지 이쁘게 느껴진다. 사실 성격도 톡톡 튀어 보이고, 까칠할 것 같긴 하지만, 여배우니까 그런 생각 따위는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보면서 눈이 즐겁기만 하면 된다고 봄.

남자 CIA 요원으로 등장하는 남자 배우는 이름은 모르고 있었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본 슈프리머시에서 좋은 느낌을 줬던 배우다. 연기력은 잘 모르겠고, ( 기본 이상은 하는 듯 싶다. ) 이 사람 역시 외모가 반듯해 보인다는..

RED 에서 생각지도 않게 기쁨을 주면서도 깜짝 놀랐던 건 역시 어네스트 보그나인의 등장이었다. 아.. 이 분이 아직 살아계셨구나.. T T

이번 기회에 알아보니 어네스트 보그나인 님은 1917년생이셨다. 대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에어울프라는 오래된 미국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기억할 것이다. EBS 를 통해 고전 미국영화도 종종 접했는데, 거기도 이 분이 나타나실 때가 있으시다. *.*
아직 정정하신 듯 보인다.

브라이언 콕스라는 배우는 조연으로 자주 접했는데, 주로 악당이었다. 여기서는 감칠맛있는 정의의 편으로 나온다. 헬렌 미렌과 왠지 잘 어울려 보였다는.. ^^;;

오랜 만에 리차드 드레이퓨스(? 어케 발음하는 건지.. 원..) 도 볼 수 있었다. 죠스에도 나왔었고, 홀랜드 오퍼스인가로 상도 타셨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어쨌거나 좋게 기억되는 배우 중 하나다. " 스탠바이미 " 라는 고전 영화에서 아역주인공의 성장 후 모습으로 아주 잠깐 나왔는데, 왠지 그 모습으로 자주 기억된다.

RED 는 이런 식으로 즐기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정말 좋았던 배우들이 아직 사그러질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것이다. 감독은 단지 관객이 무료하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관객들은 배우들의 옛모습과 지금을 같이 떠올리면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달라진 모습에 즐거워할 수 있는 것으로 족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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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블로그 이벤트에 당첨되어 " 아스트로 보이 ( 부제 : 아톰의 귀환 ) " 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첫 느낌은 " 아톰의 귀환 " 이라는 부제를 붙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
감독 데이빗 보워스 (2009 / 홍콩, 일본, 미국)
출연 유승호, 남지현, 조민기, 프레디 하이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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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용 영화로 목표를 확실히 한 " 아스트로 보이 "

서울극장 7 관에서 관람했는데, 보러 온 사람들은 30 여명 가량의 아이들과 어른 2 ~ 3 명이 전부였습니다. 사실 광고 등을 접해 봤을 때도 이건 아이들용이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아톰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없는 듯 보였습니다.

아이들용 영화라고 본다면 " 아스트로 보이 " 는 크게 나무랄 데는 없어 보입니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그래픽 수준도 볼만하고, 아기자기한 내용에 어린 아이들이 경험할 법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어 영화가 끝난 후에 나오면서 몇몇 아이들이 들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스트로 보이 포스터 2

아스트로 보이 포스터 2 출처 : 아스트로 보이 한국 홈페이지. http://www.astroboy2009.co.kr/



평범한 재미,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적당한 애니메이션라고 생각됩니다. 이게 " 아톰의 귀환 " 이라는 부제만 붙지 않았어도..


하지만, " 아톰 " 과 " 아스트로 보이 " 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어린 시절 " 아톰 " 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이미 머리 속에 그려져 있는 아톰의 이미지로 인해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아톰의 그래픽은 훨씬 세련되지고, 더 기계화(?) 됐습니다. 하지만 아톰 안에 있던 인간에 대한 성찰은 대부분 우주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나 봅니다. 그래서 아스트로 보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쿨럭. 음.. ^^;;
2009 년 아스트로보이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2003 년 아톰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 아스트로 보이 " 가 " 아톰 " 에게서 이어 받은 것이라곤 겉모양과 몇 가지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내용 뿐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외톨이와 친구, 서툰 계급의식, 그리고 작위적인 사명의식 등을 보여주려 하긴 했지만, 제 머리 속의 아톰의 이미지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었습니다.

" 아톰 " 은 아동용 소재의 가족, 친구, 우정, 차별, 반전 외에도 고차원적인 다양한 주제의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심도있는 주제도 꽤 있었습니다만 " 아스트로 보이 " 는 이를 철저하게 배제시켰습니다. 게다가 곳곳에 들어간 미국식 유머는 웃기긴 하지만, 아톰을 떠올리면서 보기에는 엇박자였습니다. 더구나 더빙판 영화에서 " 아톰 " 이란 말은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 아톰의 귀환 " 이라는 부제는 왜 붙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 영어 제목도 그냥 " Astro Boy " 같던데요...

그냥 " 아스트로 보이 " 라고 하고 미국에서 아톰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면 실망이라도 덜 했을 듯 합니다. --;; 그럼 아동용 영화로서나마 좀 나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그나마 어릴 적 아톰을 많이 닮은 부분은 텐마 박사와 아들 토비, 아스트로 보이 사이의 미묘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꽤 의도적으로 살린 듯한 이 관계는 미국에서는 입양아들이 많이 있는 관계로 그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기에 나름 중요하게 다뤄진 것 같습니다.

아스트로 보이 스틸컷

좌측 : 코주부 박스, 우측 : 텐마 박사. 출처 : 다음 영화


텐마 박사는 아끼던 아들 토비가 자신의 실험 도중 사고로 죽습니다. 그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최첨단 로봇을 만들고 " 토비 " 라고 부르지만, 곧 후회합니다. 이런 텐마 박사로 인해 로봇 " 토비 " 는 집을 떠나게 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우여곡절을 겪게 됩니다. 다시 마주치게 된 텐마 박사는 마침내 " 아스트로 " 라는 새 이름을 가진 로봇 " 토비 " 를 아들로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이 전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갈등을 그럭저럭 묘사했다고 봅니다. 아버지의 기대치와 다른 아들, 입양아로서 뭔가 어긋나는 부분들이 화해되는 과정은 전형적인 미국식의 가족중심주의와 맞는 부분이 있어 대폭 받아들인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냥 " 아스트로 보이 " 였다면..

아스트로 보이 스틸컷

출처 : 다음 영화

아스트로 보이 스틸컷

출처 : 다음 영화



훨씬 편하게 어릴 적 동심을 살리면서 즐길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아톰이 아닌 다른 미국스타일의 소년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말이죠.

유머도 나쁘지 않았고, 영화 흐름도 어설픈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울고 웃고 떠들기에 딱 좋은 흐름으로 적당히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의 늘어짐이 좀 아쉽긴 하지만, 권선징악 ( 느닷없긴 하지만.. ) 도 분명하고, 화해도 다 이뤄냅니다. 교육적이죠.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영화를 보는 문화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습니다. 다만 영화광고에서 아무데나 갖다 붙이기 식의 홍보로 인해 눈쌀이 찌푸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영화는 아무리 봐도 " 아톰의 귀환 " 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족 :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2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아스트로 보이가 악당 괴물 로봇이 된 총리에게 내뱉는 " 난 다른 사람한테 투표할껀데 " 라는 대사와 아스트로 보이가 마지막에 뜬금없이 나타난 괴물을 향해 달려가며 텐마 박사에게 말하는 " 이게 제 운명인걸요 "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여기 나온 총리는 정치인 한명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완전 개인적인 욕심을을 위해서는 무대뽀인 짜증 만땅의 캐릭터였습니다.
아스트로 보이의 운명은 여기까지였으면 좋겠습니다. 또다시 아톰의 부활 이라는 둥의 부제를 달고 후속작들이 나온다면 왕짜증일 듯 싶습니다. ㅋㅋㅋ

사족 : 우리나라 더빙은 아직도 여전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전문 성우 키우기에 좀더 힘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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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the funny thing is that...
when you think about it,which I have been lately,
was they weren't paying me to walk away.
They were paying me so they could walk away. "

" 최근에 다시 생각해 보니
그들(정부)은 내가 도망가서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게 돈을 줬기 때문에 나를 버릴 수 있었던거야.. "

한 남자가 있다.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제대한 후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매우 열심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마을의 악질적인 패거리들의 괴롭힘과 둘째 아들의 지병으로 인해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내고 있다. 위안이 되는 건 전쟁영웅이라는 허울좋은 가족의 존경심뿐이다. 그마저도 점점 위태해지고 있다.

또 한 남자가 있다.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법을 무시한 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간다. 게다가 그를 열렬히 따르는 뛰어난 무법자 부하들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부하들과 항상 거리를 둔다. 심지어 일을 할 때도 합리적인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 데 서슴치 않는다. 그에게는 목적이 없다.


버림받은 두 남자의 묘한 로드무비 서부극
스타일은 고전적인 서부극이지만, 주제는 지극히 현대적인 영화


남성적 매력을 물씬 풍기는 크리스챤 슬레이터(댄 에반스)와 러셀 크로우(벤 웨이드)가 만나 독특한 분위기의 서부영화를 만들었다. 기존 서부극에서 보여주던 시원한 활극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권선징악을 벗어나 가족주의를 지향한다.

대악당 웨이드가 우연히 잡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감옥(유마)으로 가는 기차에 3시 10분까지 웨이드를 호송해가면 200 달라의 수고비를 준다는 말에 에반스는 기꺼이 따라 나선다. 전직 저격수 출신의 퇴역군인이 막강한 부하를 거느린 대악당을 과연 무사히 호송할 수 있을런지..

여기까지 보면 일반 서부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보인다. 끝내는 악당들을 물리치고, 주인공의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것 같은 영화다. 물론 대악당은 기차에 올라탄다.

하지만! 그 과정은 기존의 전개와 사뭇 다르다. 주인공이 악당을 기차에 태우는 게 아니라 악당이 주인공을 위해 기차에 올라탄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천하에 무서울 게 없는 밴 웨이드는 한 건 해치우고 난 뒤 유유자적하다가 마을의 보안관에게 붙잡힌다. 붙잡힌 상태에서도 전혀 두려움없이 당당한 밴 웨이드는 자신을 호송하겠다고 나선 댄 에반스를 눈여겨 본다. 첫 만남에서도 가소로와 보이던 댄 에반스는 보면 볼수록 이해할 수가 없다. 한쪽 다리는 전쟁에서 잘려나간 상태에, 목장은 빚더미로 위태위태하고, 아들을 끔찍히 아끼지만 그다지 존경을 받지는 못함에도 푼돈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건 호송길에 오른다. 나름 전쟁영웅일 것 같은 냄새는 풍기지만 하는 짓은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 영화 속에서 댄 에반스가 제대로 된 총실력을 보인 건 철도공사판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릴 때와 마지막 장면 뿐인데, 그나마 마지막 장면에서도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잘 도망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웨이드의 부하들이 보여주는 총실력에 비하면 그다지 화려해 보이지 않는데, 그럼에도 크리스챤 슬레이터가 뿜어내는 카리스마 때문에 혼동스럽다. 개인적으로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다. 좀 평범하고 소박한 인물이 연기했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 단지 위급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취해야 할 행동을 잊지 않을만큼 매우 성실할 뿐이다. 그나마도 무슨 강력한 의지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우직해 보일 뿐이다.

가장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댄 에반스는 더 이상 버텨낼 자신이 없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간절하지만,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자신이 없다. 게다가 잘려나간 한쪽 다리는 전쟁에서 용감히 싸우다가 잃었다는 허명까지 있어 부담감만 더하다. 우연히 대악당 밴 웨이드가 잡히게 되고, 그나마 돈이 되는 일거리가 생기자 주저없이 뛰어든다. 이것마저 하지 못한다면 방법이 없다. 밴 웨이드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그 부하들이 얼마나 흉폭한지 따져볼 겨를도 없다. 일단 탈출구라고 보이니 뛰어들어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악당은 사람죽이는 데 도가 텄을 뿐만 아니라 매우 영리하다. 지켜 볼수록 갑갑함이 더해지면서도 같이 있을수록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대부분의 로드무비가 그렇듯 에반스와 웨이드는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조금씩 호감이 생기고, 마침내 서로를 느끼게 된다.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서 근무했으나 어이없는 사고로 인해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에반스, 8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버리고 간 웨이드는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목적없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웨이드는 에반스를 보면서 문득 자신이 외면하던 것들을 보고 도와주고 싶어진다. 그는 가족을 잊고 있었다. 그에게 부하는 가족이 아닌 자신이 부리는 일꾼에 불과했고, 부하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항상 무자비하고 냉정했다. 오히려 자신을 호송해가는 인물들과 함께 있을 때 더 편안해 하며 그들을 관찰했다.

지쳐가던 에반스 역시 웨이드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능력의 한계, 주변 사람들의 배신으로 인해 여러 극한 상황을 겪게 되지만, 그 와중에 마침내 자신의 의지를 찾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 너무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웨이드가 에반스를 제압하고 그냥 달아나려하자 마침내 에반스는 부탁한다.

" 난 한번도 영웅이었던 적이 없어.. "

이 순간 웨이드는 다시 한번 에반스를 바라본다. 그토록 고집스럽게 굴고, 깝깝스럽기까지 했던 미운오리새끼같던 인물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원했지만 차마 이루지 못했던 일에 대한 것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한 성격 탓에 결코 그는 그것을 가지지 못할 것을 알고 외면했던 것이다.

그는 부하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에반스를 도와 기차에 타려 한다. 두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하들과 돈에 눈 먼 마을주민들로 인해 상황은 심각해져만 간다. 하지만 에반스와 웨이드는 마지막 난관을 뚫고 웨이드를 기차에 태우지만, 두목을 구하겠다는 부하의 충성어린 총탄에 에반스는 쓰러진다.

웨이드는 죽어가는 에반스를 보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을 느꼈고, 부하들이 자신의 총을 건네자마자 모두 쏴 죽여 버린다. 그는 결국 대악당인 것이다. 그에게 가족은 없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바로 처리해 버린다. 이 호송길은 단지 대악당이 잠시 고단하지만 가치있는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의미한 삶에 잠시 가치있는 삶을 사는 보통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에반스의 아들은 아버지의 죽는 모습을 본 후 웨이드에게 총을 겨누지만, 이내 거둔다. 아버지의 참 우직스런 뜻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를 죽인 부하들을 처리해 준 것에 대해 이해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혹은 웨이드의 모습에서 에반스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반스의 아들이 총을 거두자, 웨이드는 다시 기차에 올라탄다. 에반스의 아들은 출발하는 기차옆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한다.

기차 안에서 웨이드는 기차 안에서 휘파람을 불어 자신의 말이 기차를 따라오도록 한다. 아마 또다시 정처없이 떠돌 것이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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