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매니아급은 아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우리나라 프로리그에서 4할 타자가 한 번쯤은 더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은 가지고 있었다. 1982년 백인천 선수 겸 감독이 유일하게 기록한 게 전부라니 왠지 아쉬웠다. 그런 바람을 확인사살시켜주는 책이다. ㅡㅡ;; 


이제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가 나올 확률은 아주 희박해진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에 불응하고 고집불통으로 딴지를 걸라치면 이 연구에 참여한 야구분야 비전문가 58인의 집단지성(요즘은 '집단지능'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과 맞닥뜨릴 각오도 해야한다고 암시해주는 독특한 야구서적이다.

소재가 독특하긴 해도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소재를 다루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어울려 활동할 수 있었는지와 유명 야구선수들과 야구관계자들의 재밌는 인터뷰들이 들어있어 웬만한 야구서적들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 

책표지

출처 : DAUM 책



아래 링크는 집단지성의 결과물이 pdf문서로 공개되어 있는 사이트와 관련 데이타가 들어있는 사이트다. 한글문서로 된 리포트(?)는 책 내용과 중복되기도 하지만, 책이 재미있으니 책을 읽으려고 할 때 참고가 될 만하다. 리포트를 읽고 나면 책의 앞부분이 좀 지루해질 수도 있겠지만, 야구를 막 접한 사람들은 여러 번 접하게 될 내용이니 상관 없을수도 있겠다. 


백인천프로젝트 사이트 
http://www.whyaverage4.net/

팬그래프
http://www.fangraphs.com/

팬그래프 설명 - 엔하위키
https://mirror.enha.kr/wiki/%ED%8C%AC%EA%B7%B8%EB%9E%98%ED%94%84


다만, 책이 어떤 컨셉이나 주제의식을 가지고 씌여졌다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라는 유명한(?) 과학자가 제시한 4할 타자에 관한 질문은 약간 반복적이라는 느낌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과정이 좀 뭉뚱그려진 느낌이라 밋밋해지기도 한다.

지은이의 글솜씨는 기자답게 적당히 재밌고 차분해서 읽을만 하니 책을 좀 더 아기자기하게 기획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선수들의 인터뷰가 솔직담백해서 재밌는데, 뒷부분에 몰아둘 것이 아니라 이미 삽입된 유쾌한 카툰들처럼 중간중간 끼워넣었으면 싶었고, 제이슨 굴드나 그 밖에 과학자 얘기들 역시 따로 챕터를 마련한 뒤 중복을 피하는 게 나아 보였다. 

덕분에 스티븐 제이 굴드가 지었다는 "풀하우스"라는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고, 비야구선수 출신의 통찰력있는 얘기들로 신선함과 깊이를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야구의 세계가 넓고 깊다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책의 뒷부분에서 여실히 접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잡생각을 덧붙이자면, 4할 타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야구라는 스포츠가 발전해온 독특한 최적화(?) - 볼넷의 갯수나 타자 아웃의 수, 베이스 간의 거리 등등이 정착되기까지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간섭됐고 그래서 많이 바뀌었다. - 와 도박으로 인해 데이타 오염(?)을 짚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30년간 30개의 오류가 발견된 것이 영향력은 없어도 기록해 둘만한 데이터광(?)의 수준들이라면 스포츠 불법도박으로 인해 데이터가 훼손됐을 가능성도 추측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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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본 야구영화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작품이었던 " 내추럴 " ( The Natural. 1984 ) 이 원래 소설이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 게다가 1980년대 소설도 아닌 1952년 발표된 작품이고, 1980년에 리뉴얼됐다고 한다. 글쓴이가 본 번역본의 " 펴낸날 " 이 2009년 8월 21일인데, 발표된지 몇 십년 후에 어떤 연유로 들어오게 됐는지는 몰라도 참 반갑기 그지없다. ^^;;

영화 " 내추럴 " 에서는 주연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워낙 잘 생긴데다 이미지와 품성이 착해 보여 인간승리의 드라마로 기억됐는데, 실제 소설은 그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아주 놀랬다. 그럼에도 이 몇 십년 전 작품은 여전히 재미있었다. ^^;;

내츄럴
감독 배리 레빈슨 (1984 / 미국)
출연 로버트 레드포드,글렌 클로즈,킴 베이싱어,윌포드 브림리,바바라 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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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광고 내용들에 의하면 최초의 야구소설이라고 했는데, 미국에서 최초의 야구소설이었다면 아마도 전세계에서 최초의 야구소설이라고 보여진다. 1950년대의 고리짝 시절의 야구이야기가 지금도 읽을만한 이유는 그 안에서 보여주는 비극적인 인간드라마가 오늘날에도 곱씹어볼만한 인생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분히 영화와 비교되는 소설인데,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경우 영화 속에서는 착하고 성실한 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로 오랜 세월을 고생한 후, 프로야구 팀에 들어가 여러 유혹을 뿌리치고 아름다운 홈런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반면, 소설에서는 실력은 출중하지만 이기적인 주인공이 불쾌한 사고로 오랜 세월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미국 내셔널리그 프로구단인 나이츠에 들어와 선수생활을 하다가 스스로의 이기심과 양심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파멸을 맞게 된다.

한때 이런 스타일 - 이기심 혹은 야심 vs 인간미 혹은 양심의 싸움 속에서 지쳐가다가 자멸하는 주인공들 - 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해피엔딩이 아니면서도 연정이 담뿍 솟아오르는 스토리들이다. 영화는 너무 어린 시절에 봐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반해 - 주인공 로이 홉스 ( 로버트 레드포드 분 ) 에게 총을 쏜 여인과 나중에 만난 여인이 같은 여인으로 착각하고 있기도 했다. ^^;; - 최근에 다시 보게 된 소설에서는 주인공을 파멸로 몰고가는 결정적인 증거가 왜 총을 맞았던 사건이 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총을 맞아 선수생활을 하지 못했으니 피해자여야 할텐데, 이 사건이 신문에 등장하자 로이 홉스는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고 소설을 서술하고 있었다.

내추럴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버나드 맬러머드 (사람과책,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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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영화에서보다 더 여러가지 야구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다 요소요소에 작은 반전들이 설정돼 있어 재밌다. " The Natural " 은 한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훌륭한 실력을 가진 사람조차도 인간내면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싸움을 피해갈 수는 없고, 오히려 더 큰 시련 속에 놓여진다는 암시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원본에 충실한 " 내추럴 " 이 다시 리메이크됐으면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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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민규 (한겨레신문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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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보기 드문 야구소설이라고 듣고 덥석 잡아 읽은 책.

야구를 보는 어떤 시선이 담겨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끝까지 읽었다.
결론은 기대 이상. 보기 드문 게 아니라 아예 듣도 보도 못한 명언을 들려주었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 251쪽
( 지금도 이런 야구를 하는 프로선수들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화려한 말빨에 가려 주제가 선명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 어쩌라고? 그냥 놀라고? 아님 평생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라고? )

서민들의 자화상일지 청춘을 흘려 보낸 이들의 자화상일지는 모르지만,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도 인생의 행복은 소중하며 언제든 찾을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토닥이는 듯한 말투다.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설명할 필요없는 사건과 일상들, 그리고 피부와 맞닿은 말솜씨가 녹아들어있고, 그 시대를 모르는 이들에겐 설명해도 알아듣기 힘든 단어들의 나열일 뿐이다.

70년대 안팎으로 태어난 이들에게 바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 이전 세대 분들도 이해는 충분히 하시겠지만, 말투에 담긴 뉘앙스를 이해하실지는 모르겠다. 아직 사회를 어느 정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참 많은 상상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책이기도 하다.

한겨레문학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는데, 역시나 책 뒷표지의 짤막한 추천문구들이 예술이다. 추천하거나 좋은 점들을 이렇게 적어놓으면 누구보고 읽으라는 건지.. 한겨례는 뭔가 어렵다.

결론은.. 

경쟁사회에 시달린 우울한 장년들에게 꽤 유쾌한 말장난 위에 살포시 어려운 주제를 얹어 쌈싸 먹게 해줄 만한 작가가 이 지구 위에 존재한다고 이 책은 알려준다.

딱 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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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불공정한게임을승리로이끄는과학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 (한스미디어펴냄,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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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프로야구인 " 메이저리그 " 를 관심있게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 빌리 빈 " 이라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구단의 단장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 빌리 빈 " 이라는 인물의 성장이나 인간미를 다루기 보다는 그의 야구철학과 메이저리그에 관한 이야기로 꾸려진다.

전체적인 감상은 좋았다. " 빌리 빈 " 이라는 인물에 대해 포장하기 보다는 그의 모습과 그와 관련한 현실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고 본다. 사실 " 빌리 빈 " 에 대한 얘기보다는 메이저리그가 전통의 가치관을 근거로 무시해 왔던 통계의 과학이 어떻게 메이저리그에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더 많다. " 빌리 빈 " 은 자신이 평소에 야구에 대해 품고 있던 의구심들과 생각들을 " 빌 제임스 " 의 이론을 통해 자신의 철학으로 승화시켜 구단에 적용시킨 것이다.

그의 성공은 소재만 야구일 뿐 사실 경영자의 성공이라고 보여진다. 구단의 승리를 위해 자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철학이 증명된 것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난 후, 그가 언젠가는 메이저리그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평생 우승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유되는 대자본과의 경쟁에서는 많은 승리와 재미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물론 " 빌리 빈 " 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우승을 원하긴 하는 것 같다. 그건 메이저리그 구단이면 어디서나 꿈꾸는 희망이며, " 빌리 빈 " 에게는 자신의 철학을 더욱 빛내줄 요소일 것이다.

야구팬이 아닐지라도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야구에서도 충실한 경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알 게 해줄 것이다. 비록 충실한 경영이 우승만을 바라보는 팬들을 사로잡지는 못할지라도 야구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감수의 글 _ 한 권의 책에 담긴 수많은 교훈들
야구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프로구단 운영은 철저한 사업이자 과학이다. 야구라는 분야를 지탱하는 수많은 숫자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해석은,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그 어떤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 감수의 글 중에서. 감수 송재우

수많은 교훈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 선수층이나 데이타들은 거래가 자주 이뤄질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 빌리 빈 " 이 선수들을 수급할 때 근거로 삼는 기준들은 분명히 우리나라 야구문화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의 글 _ 빌리 빈, 신화를 쓰는 사나이

이미 오래전부터 메이저리그의 구단 경영자들은 프로야구가 운동능력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닌, 누가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는지를 겨루는 게임으로 바뀌었다고 말해왔다. 실제로 프로야구의 부자구단과 가난한 구단 간의 재정 능력은 다른 어떤 프로 스포츠보다 격차가 크고, 그마저도 해가 바뀔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중략)
막강한 금전공세의 부자구단을 외면하고 그들을 선택한 성공 요인은 무엇이날 말인가?
해답은 우선 명확한 진실 한 가지로부터 시작된다. 프로야구에서는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그것을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중략)
지금 오클랜드가 행하는 일련의 실험에는 야구에 대한 다른 사고, 즉 팀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경기를 치르고, 여기서 가장 좋은 방식은 무엇이고, 그것은 왜 그러한가에 대해 새로운 사고로 접근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팀의 단장인 빌리 빈은 오클랜드가 양키스와 같은 규모의 자금 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일찌감치 비효율적인 구단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핵심은 야구의 신지식 탐색으로 종합된다. 즉 스포츠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새로운 지식을 찾으려는 오클랜드 구단의 노력 속에는, 선수들의 달기 능력과 같은 간단한 문제에서부터 평범한 메이저리그 선수와 우수한 트리플A(마이너리그 중 가장 상위급 팀들이 참가하는 리그전 또는 그에 소속된 팀, 모든 마이너리그 팀들은 그 수준에 따라 트리플A, 더블A, 싱글A(하이/로우), 루키의 다섯 단계로 구분되고 각 수준에 소속된 팀끼리 리그전을 가진다-옮긴이) 선수 사이의 가격 차이에 이르기까지, 야구에 관한 모든 지식을 다시 검토하려는 시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선수들을 찾아내는 그들만의 노하우도 생겨난 것이다.
사실 오클랜드가 드래프트하거나 계약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경영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그릇된 편견의 희생자들이었다. 빌리 빈은 그들을 이러한 편경으로부터 해방시켰음은 물론, 그들의 진정한 진가가 드러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것은 이성의 힘이 세상일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일개 야구팀이 증명한 사건이다. 또한 야구계 내부로 대변되는 인습과 편견의 장벽이 그들의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방식에 대항하여 얼마만큼 비과학적인 문화로 맞서는지를 ( 혹은 맞서지조차 못하는지 )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 저자의 글 중에서. 마이클 루이스

사실 저자의 글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다시 이 부분을 읽어보면 많이 정리가 된다. 이 책은 챕터별로 완결성을 가져서 전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감을 못잡을 때가 있다. " 빌리 빈 " 에 관한 얘기라고 하면서도 " 빌리 빈 " 못지 않은 - 혹은 더 중요해 보이는 -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제1장 길을 잃은 천재 
메이저리그 유망주였던 선수로서의 " 빌리 빈 " 의 실패담을 들려준다.

스카우터 중에는 얼굴만으로도 선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종종 ' 좋은 얼굴 ( good face ) ' 이란 표현을 쓰는데, 빌리가 바로 그 ' 좋은 얼굴 ' 을 지니고 있었다.
- 27쪽 발췌


제2장 숨어있는 보석을 찾아라
이 챕터는 " 빌리 빈 " 이 단장으로써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메이저리그의 관행과 이에 맞서는 " 빌리 빈 " 사단(?)을 보여주는 데, 평소 야구선진국으로 상상했던 메이저리그와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100년이 훌쩍 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 야구계의 내부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요인물인 빌리의 보좌관 폴 디포데스타가 등장한다.

몇 년이 흘렀다. 빌리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던 때를 돌이키면서, 오직 그때가 돈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유일한 시기였고, 그 뒤로는 절대 돈을 목적으로 일하지 않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돈 때문에 자신의 삶이 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가장 가난한 메이저리그 팀 중의 하나를 경영해야 하는 입장에 섰다는 것이다. 구단을위해 자금을 구하고, 누구를 위해 그것을 쓸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그의 몫이 된 것이다.
- 37쪽

이 내용은 마지막 부분에서 증명된다. " 빌리 빈 " 은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기 위해 일하는 인물로 보여진다. 하지만, 야구를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인 스포츠로 만들기 보다 합리적으로 이기는 데 중점을 둔다.

원래 스카우터들은 고교생 선수들을 높이 평가하는데,주로 투수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도 탈바꿈을 할 수 있는 데다가 싱싱한 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직구 구속도 빠른 편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은 투수의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가 가공할 힘의 과시가 아닌 타자를 속이는 능력에 있고, 그러한 능력은 연륜에 비례한다는 점이었다.
- 39쪽

메이저리그의 사이영상은 많은 승수도 중요하지만 타자들을 얼마나 압도했는지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선에 공감한다.
이 문단 다음에 재미있는 얘기가 나오는 데, 합리성 또는 과학적인 무언가를 경영방식에 도입하려던 " 빌리 빈 " 은 방법적으로는 여러 가지 비합리적인 수단이나, 협박까지도 서슴지 않는 모순을 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서 폴이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이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는 대학 선수가 재학 중에 얼마나 많은 4구를 얻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중략)
그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한 선수에게는 중요한 능력들이 다른 선수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달리기 스피드, 야수로서의 수비 능력, 타고난 파워 따위의 능력이 지나치게 과도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제어하는 투수의 능력과 4구를 얻어내는 타자의 능력이 그들의 성공을 보장하는 최고 지표란 사실도 스카우터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하는 선구안이나 좋은 공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역시 프로에 들어와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선천적인 재능이란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타자의 팀 공헌도를 측정하는 또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타자에게 있어 출루율은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였다. 끈질기게 투수를 물고늘어지는 투구수 역시 좋은 타자가 갖추어야 할 특별한 능력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것이 단편적인 데이터로부터 얻어진 것이 아니라, 방대한 자료로부터 얻어진 지극히 일반적인 이론이란 것이다.
- 65쪽

** 여기서 폴은 빌리 빈의 보좌관인 폴 디포데스타를 말한다.

요즘 야구보는 사람들은 " 출루율 " 이 가지는 가치를 많이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놀랐던 건 이 개념이 메이저리그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성립된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책을 쓸 당시인 2002 년에도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의 거품을 빼주는 문단이다.

선구안이나 좋은 공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선천적인 재능이란 사실에 좌절감이 들었다. 가끔 야구연습 배팅장에 갈 때마다 선구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야구선수의 연봉에 대해 이야기할 때 팀공헌도가 빠지기 일쑤다. 출루율이 팀공헌도에 들어간다는 것 역시 새로 안 사실이다. 개인 기록 중에 일부인줄 알았는데..

그러나 빌리는 미래의 빅리거들을 찾아내느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폴의 컴퓨터를 통해서였다. ..(중략)
폴의 노트북은 유망한 선수들을 찾아내는 최고의 도구였다. 그곳에는 의미 있는 통계수치들이 가득했다.
대학 선수들은 대부분 고교 선수들보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성장했다. 그들의 통계수치는 비교적 중요한 사실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었고, 고교선수들과는 달리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의 근거 자료가 되었다. 게다가 그 통계들은 현장을 중시하는 스카우터들의 온갖 편견들, 가령 키가 작은 우완 투수나 발만 빠르고 야위었거나 왜소한 타자들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이유 없는 편견과 혐오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모든 갈등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빌리와 폴 그리고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에릭과 크리스가 생각하는 것은, 젊은 선수들은 외견상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지금까지 이룬 결과를 가지고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야구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얼핏 당연한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야구계 내부에서는 외계인의 설교에 다름 아니었다.
스카우터들은 빌리와 폴의 주장을 ' 성과 지향적 스카우팅 ' 이라 불렀다. 스카우터 세계에서 ' 성과 지향적 스카우팅 ' 이라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었다. 그것은 젊은 선수들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들의 마음속 눈으로 목격하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는 야구인들의 일반적 관점에 대치된다. 스카우터들이 보기에 빌리와 폴 일행은 야구 선수에게 중요한 것 모두가 그가 관리하는 성적 통계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성품까지도 말이다.
- 70쪽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 중에 하나인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빌리 빈과 다른 구단 혹은 메이저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기존 가치관과의 대립을 보여준다. 이 문단의 뉘앙스는 빌리 빈의 의견이 옳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틀린 것처럼 느껴지지만,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빌리 빈의 의견이 현재는 옳다고 보지만, 원래 빌리 빈의 의견이 옳기 때문에 기존의 가치관이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 두 부분은 양립됐어야 할 부분인데, ( 빌리 빈 스타일로 말하자면 ) 과학적인 방법이 저평가됐기 때문에 제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본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많은 승리를 안겨줄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주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야구가 가지는 변화무쌍한 흐름을 즐기는 야구팬들에게 좋은 잣대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다. 야구는 사람이 만들어내고 사람이 움직이며, 사람이 참여함으로써 즐거움을 나누는 스포츠다. 과학적인 방법에 집착해서 결과에만 중점을 두는 게 과연 어떤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그래도 과학적인 방법이 이미 한 개의 드라마를 만들긴 했다. 신체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야구에 직접 관여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야구란 스포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지 보여준 것이다.

제3장 깨달음
제4장 무지(無知)의 필드
제5장 제레미 브라운 스페셜
제6장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제7장 지암비의 허점
제8장 스캇 해트버그의 부활
제9장 트레이드 테이블
제10장 투수 해부하기
제11장 인간적인 요소
제12장 아이디어의 속도

에필로그 _ 오클랜드의 오소리 이야기

내용이 길어진 관계로 3장 이후로는 다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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