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씨의 행복여행"(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을 보게 된 건 순전히 사이먼 페그와 로자먼드 파이크때문이었다. 원본 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는 것도 몰랐고, 꾸뼤씨 시리즈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Shaun of the Dead)와 "뜨거운 녀석들"(2007, Hot Fuzz)에서 보여준 사이먼 페그의 친근한 코믹연기가 좋았는데, 그후로는 블럭버스터급 헐리웃 영화의 조연등으로만 접해서 아쉬워하던 차에 반가운 얼굴이 포스터에 보여 낼름 영화를 접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평소 이쁘고 착하게 생긴 여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를 찾아줘"(2014)에서 엄청난 연기변신을 보여줘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었다. 이제 평소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탈피했으니 오만가지 스타일의 배역을 맡을 것 같았기에 왠지 평소의 어리버리하면서 착하고 이쁜 스타일의 연기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단지 호감가는 두 배우가 다시 평소 좋아하던 스타일의 연기로 조화를 이룰 것 같아 보이는 영화를 한 편 감상했다. ^^;;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행복을 찾아 떠나려는 파랑새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안일함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적절해 버무려 놓은 힐링 무비다. 얼마나 힐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 학교에서 가르치던 도덕교과서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의 메시지를, 전철에서 무료일간지 만화보다는 훨씬 재밌는 수준의 코믹함과 아기자기함으로 포장해 보여준다. 단순하면서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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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평범하고 뻔한 영화들은 특이하게도 소수의 열혈팬들이 있다. 착해지고 싶은 사람들, 어려운 영화에 지쳤던 사람들, 평소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들과 손잡고 영화 보고 싶은 사람들이 그렇다. 평론가들로부터는 온갖 잣대로 낙제점을 곧잘 받지만, 겨울철 차디찬 공원에서 뜨겁고 조그만 고구마를 즐기는 조용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옹기종기 유쾌한 꼴찌에게 응원을 보내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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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가 인류를 위해 먼 우주여행을 떠나고, 옛날 전쟁터에서 힘들었던 전사들을 다시 추억하는 훌륭한 영화들 사이에서 사이먼 페그의 순수하면서도 억울한 표정과 로자먼드 파이크의 이쁘고 얼뜨기같은 미소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작은 행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마틸다를 구해주던 레옹 아저씨는 여전히 단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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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던 게리 올드만 주연의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를 재밌게 봤거나, 이 영화의 원작소설인 존 르 카레의 동명소설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 후속작이면서도 존 르 카레의 일명 "카를라(Karla)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카를라 3부작"은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The Honourable Schoolboy" 그리고 "스마일리의 사람들" 순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존 르 카레의 작품들 중 단연 인기가 많으며 스파이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두 번째 작품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스마일리의 사람들"(Smiley's People)은 1979년 처음 나왔으며, 2000년에 개정된 것을 알에이치코리아(RHK)에서 2013년에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알에이치코리아는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새 이름이라고 한다.) 1970년대 작품이라 현재의 첨단 스파이 소설이나 첩보영화들과는 주변 환경이 아주 다를 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어 분위기도 상당히 암울하면서 하드보일드하다. 

표지

출처 : YES24



존 르 카레는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늙은 스파이에게 바치는 진혼곡(Requiem)으로 삼기 위해 썼다고 한다. 이때문에 그의 이전 작품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바로 접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대개의 시리즈들에서처럼 사랑받았거나 관심있었던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그런 부분들이다. 제목에서처럼 조지 스마일리와 함께 고통과 환멸과 배신이 난무했던 시절을 버텨왔던 주변 인물들이 하나씩 마지막 인사를 나누듯이 등장한다. 

요즘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 혹은 테크노 첩보소설들에 비하면 사실 크게 복잡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터넷,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모든 것을 손으로 작성하고, 아날로그 도청기를 사용하던 시절에 자신의 인생을 바쳐가며 스파이 요원으로써 살아갔던 이들의 감성과 심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위드블로그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에서처럼 조직 내의 이중첩자를 찾기 위한 긴박한 전개는 없지만, 존 르 카레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조지 스마일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서사적인 결말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액션도 없고, 반전도 없는 오래된 스파이소설이지만, 끝끝내 적을 추적해 상황을 마무리 짓는 늙은 요원의 퇴장에 다른 미사여구는 필요하지 않았다. 

"선배가 이겼습니다." 자동차를 향해 걸으며 길럼이 불쑥 내뱉었다.
"그래? 아, 그래,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스마일리가 대답했따. 
<끝>
- 스마일리의 사람들. 4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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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오프닝은 어떤 전투 상황이 소리로 진행되는데서 시작한다. 오프닝 크래딧이 등장하는 동안,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곧 시대적 상황이 짤막하게 자막으로 등장한다. 이런 소리들이 나중에 "퓨리"의 부대원이 어떤 수준의 고참병들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후,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평원에서 햇빛을 등진 한 인물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하얀 말을 탄 군인임을 알게 될 즈음에는 주변환경 역시 전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전쟁터임을 알게 된다. 아직 화약연기가 가시지 않은 채 곳곳에 탱크나 전투의 잔해들이 널부러져 있다. 

군인이 한 탱크 옆을 지나는데 갑자기 누군가 튀어나와 그를 습격한다. 단칼에 군인을 죽인 또다른 군인은 익숙한 솜씨로 말의 안장을 걷어내고, 말을 전장 밖으로 돌려 보낸다. 그는 워대디이고 자신의 탱크 위로 다시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잠시 서 있는다. 곧 탱크 안으로 들어간다.

이 도입부는 워대디(브래드 피트)가 노먼 앨리슨(로건 레먼, 하얀 말)을 전쟁 밖으로 살려서 돌려보낼 것이고, 자신은 전장에 남은 채 그대로 역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본다. 노먼 앨리슨을 묶고 있던 허위의식과 군인의 의무 같은 것은 무자비하게 걷어내고, 자유인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재밌는 장면으로는 노먼 앨리슨이 처음 탱크를 타고 이동하던 중 여인을 자전거를 세운 채 탱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어여쁜 아가씨를 발견하는 장면을 들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퓨리"의 부대원들은 여자와 회포를 푸는 일에 갈급해 하는 캐릭터들임에도 그 순간, 탱크 바로 옆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는 이는 노먼 뿐이다. 다른 고참병들이 그 여인에게 집중했다면 훨씬 요란스러웠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얘기는 거의 진실에 가깝다. 이 장면에서 노먼은 아직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는 신출내기라는 걸 잘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애타게 여자를 찾던 고참병들이 신비롭게도(?) 그녀를 그냥 지나친다. 노먼은 숲 속에 있는 독일군 소년병에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가 아군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탱크는 부대원들의 상하관계가 잘 드러나도록 화면을 잡는데, 워대디(브래드 피트)는 항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도록, 바이블(샤이아 라보프)은 바로 비스듬한 곳에서 살짝 아래쪽으로 볼 때가 많다.

가장 재밌는 액션장면은 독일 티거 탱크와의 전투씬이지만,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브래드 피트와 로건 레먼이 가정집에서 머무는 장면이다. 브래드 피트의 내적 갈등이 잘 드러난다. 전쟁이 끝나고 신참병처럼 살고 싶은 바램과 지긋지즉하면서도 떨쳐낼 수 없는 고참병들 사이를 봉합하지만, 실제로 그 갈등을 억지로 씹어삼키는 건 워대디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곳은 엔딩 부분인데, 훨씬 더 품격있고 감정이입이 되도록 찍었어야 되지 않나 싶다. 영화 내내 유지해 왔던 리얼리티 때문인지, 아니면 액션이 부족했다고 느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막판에 탱크에서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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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HBO 미니시리즈) 이후, 전쟁영화들은 웬만한 리얼리티를 구현해내지 않으면 안되는 부담감을 갖게 됐다. 이 무언의 압박들은 전쟁터의 현장감을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제공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있다는 비슷비슷한 주제로 오해받아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이런 불운한 영화 목록에 추가될 영화 중 하나가 "퓨리"다. 준수한 리얼리티를 구현했고, - 비록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됐던 전차(탱크)들이 다시 싸울 준비를 하는데에는 이틀이나 걸리지만, 영화에서는 몇 시간만에 완료시켜 버리는 것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 - 액션영화로써의 박진감도 있지만, 기존의 전쟁영화들과 차별화된 작품으로 간주하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소수의 인원이 임무를 수행하는 설정은 많은 전쟁영화나 액션영화에서 흔하게 나오는 패턴이다. "퓨리"는 이런 설정을 깊이있게 변주해내려 노력했다. 영화가 이런 설정을 필요로 했던 건 감독의 주제의식과 관련있다고 보는데, 감독은 미국에게 위대한 승리의 전쟁으로 알려진 제 2 차 세계대전에서 실제로는 미군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정신적으로 나약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퓨리_한장면

출처 : DAUM 영화




비록 전쟁터에 있어도 나만 착하면 된다는 허위의식에 가득찬 신병과 군인으로써 숭고한 목표를 가지고 임무를 다한다기 보다는 그동안 살아남았으니 앞으로도 살아남겠다는 본능만 가득찬 고참병들, 그리고 두려움을 억누른 채 책임감으로 무장한 전투의 베테랑 리더는 관객들에게 감독이 일깨워주고 싶었던 미군의 제 2 차 세계대전 속으로 안내한다. 

미군의 주력이었던 탱크는 독일의 그것에 비해 아주 열악했고, 군인들을 악에 받쳐 살아남기 위해 적을 죽였다. 살의에 불타지 않는 동료는 인정받지 못했고, 전쟁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것은 별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분노에 타들어간 전쟁영웅들과 막 적개심이 타오르기 시작한 신병이 탱크 안에서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탱크는 그들의 분노를 분출해 주기에도, 담아내기에도 부족했다. 단지 이곳저곳으로 실어나르며 작은 안식들을 제공하다 마침내 구원의 현장에서 멈춰서 버린다. 함께 탱크를 탔던 팀원들은 책임을 다하려는 인간으로써, 군인으로써 지긋지긋한 복수의 사슬들을 끊어내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독일군과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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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문장들이라도 제대로 읽기 위해 가끔 영어공부를 하는데, 이번에는 "(최고의 명문장을 배우는) 오바마 영어연설문"이란 것에 도전(?)해 봤다. 

2014년 현재 미국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처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대통령 후보가 되어서 투표결과 발표일까지 가졌던 연설들 중 6 개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가졌던 첫번째 기자회견에서의 연설까지해서 모두 7 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몰랐던 연설 전후의 상황과 연설문 속에 씌여진 영어들에 대한 해설이 들어있다. 토익같은 시험용 문장이 아니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라 적당히 실생활에서 사용할 것 같은 단어들과 품격이 있어 보이는(?) 표현들을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수준의 한계라는 게 있어서 대통령이 했던 연설이니 좋은 것이겠지 하는 느낌 뿐이다. ^^;; 

아쉬운 점은 연설문 MP3를 CD로 제공하지 않고, 특정 사이트의 까페에서 다운로드 받게 했다는 점인데, 출판사인 BOOK21 사이트를 통해 들어간 "모질게 토익"이라는 곳의 도서자료실에서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까페에 방문하니 가입을 해야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서 마케팅을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오해했는데, 알고 보니 정식 사이트가 있고 그 도서자료실에서 압축파일로 받을 수 있게 해둔 것이었다. 까페가 이사 중이라 공지나 게시글 같은 게 정리가 잘 안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 

덕분에 이 책의 원본과 MP3파일을 찾아내서 책을 읽은 후에도 연이어 공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http://www.americanrhetoric.com/barackobamaspeeches.htm

위의 사이트에서 책내용과 관련된 MP3와 텍스트파일을 구할 수 있고, 그밖에도 꽤 많은 분량의 연설문들을 볼 수 있다. 단지 한글로 된 해설이 없으니 초보자는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바마가 연설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순전히 텍스트를 보면서 오바마의 발음을 들으면 뭔가 들리는 것 같아 발음이 좋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뭔소린지..ㅡㅡ;;) 그래도 미드를 나름 꽤 접한 터라 기초적인 발음들을 들리는 수준이다. 물론 해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 개인적으로는 영어번역 연습하기에도 좋은 사이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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