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마을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다 우연히 담배피는 노인을 발견했다. 

이제 곧 여름이 올거라 시위하는 듯한 더위가 있는 날이지만, 아침 무렵이라 열기가 퍼지지 않아 동네는 맑아 보이고, 나무는 시원한 녹색을 띄고 있었다. 그런 차도 옆에서 새로 지어지고 있는 건물의 3층 창가에 올라 앉아 위태롭게 담배를 피고 계신 노인을 발견했다. 

마을버스는 언제나 그렇듯 바삐 다음 정거장으로 가고 있었지만, 한번 눈에 밟힌 풍경은 몇 분간 계속 됐다. 머리가 희끗해 나이 60은 가볍게 넘기셨을 듯한 노인이 공사 중인 건물의 방안에서 창가에 팔꿈치를 대고 여유롭게 담배를 피지 못하시고, 자칫 현기증이라도 나면 어찌될 지 모를 위험한 자세로 이른 아침부터 담배를 피고 계신 걸까?

공사장 인부로 보이는 듯한 사람들 서넛은 건물 앞에서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고, 햇빛에 찌들은 피부로 먼 하늘을 바라보는 노인은 창 가에 양 발을 올린 채 쭈구리고 앉아 담배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왠지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다. 건물주와 관계없는 사람이라면 곧 쫓겨날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런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여유롭다.

뒤로 떨어져도 뇌진탕의 위험이 있고, 앞으로 떨어지면 적어도 팔다리 하나쯤은 족히 부러뜨릴 높이에서, 어깨는 한 쪽 벽에 기댄 채, 양 발로 창가를 디딘 채, 주저않아 피는 담배 맛은 어떤 것일까? 노인의 표정은 그닥 행복해 보이지도, 불행해 보이지도, 그렇다고 슬퍼보이지도 않았다. 

아침을 맞이하는 노인의 모습이나 출근길 창 밖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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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됐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화 제목이 곧 내용이길 바라는 마음에 관람했으나, 제목은 제목일 뿐이었고, 오늘날의 한심한 언론에 대한 "슬기로운 해법"은 함께 고민해 보자는 명료하고 건전하고 교과서적인(?) 메시지만 들어있었다. "슬기로운 해법"은 여전히 저 너머에 있는 모양새다. 

어떤 정치체제 혹은 경제체제든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건전한 사회일수록 장점들이 더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단점들을 보완해주는 사회적인 장치들이 잘 갖춰져 있다. 언론은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드러나는 폐해 중 하나인 자본권력들을 감시하기 위한 사회적인 도구이다. 따라서, 언론이 추구해야할 것은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진실이다.

스틸컷

출처 : DAUM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은 없을지 몰라도 진실을 가늠해보겠다는 노력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실제 사실들을 아낌없이 왜곡하고 가려버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는 게 지금의 언론이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언론의 모습이 별로 새삼스럽지 않았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평화의 댐" 시절에는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슬기로운 해법"은 이런 암울한 현실들의 최신 버전이다. "슬기로운 해법"은 자본권력을 견제해 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막연한 기대 속에서 언론이 어떻게 자본권력의 시녀이자 서민들을 향한 또다른 권력자로 변질되어왔는지 그 과정을 객관적인 사실들을 근거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어떻게 언론신문들을 길들여왔고, 검찰등의 권력기관에 언론이 얼마나 쉽게 동조해 왔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어떤 것이 "슬기로운 해법"이라는 닫힌 결론 대신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겪어야 했던 사례들을 보여준 뒤, 함께 해법을 고민해 보자고 짧게 마무리 한다.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관객 스스로 고민해 보라고 넌지시 시간을 주는 느낌이다. 

"와치맨"이라는 그래픽노블에 이런 말이 있다. "감시자들을 누가 감시할 것인가?" 

스틸컷

출처 : DAUM



우리나라 언론이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근대사를 보면 꽤나 바른 소리를 해서 힘든 시절도 있었고, 학생, 시민들과 함께 역사의 증인이 되기도 했었다. 언젠가부터 언론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체 방관한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국민TV, 뉴스타파 등등 여러 매체(?)를 통해 비교적 독립적인 언론(?)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운영을 위한 자금일 수도 있겠지만, 먼저 시급한 건 많은 관심이다. 

영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점을 얘기하고 있다.
객관적인 언론은 없다는 것.
결국 판단은 모두 독자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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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빈란드를 향해 떠나자는 씬이 등장했다.

이전까지는 토르핀이 신세계로 출발하는 이유를 왕과의 관계로 추측했는데, 13권에서 대뜸 노예제로 인해 죽어가는 여러 사람들을 보고 슬픔에 못 이겨 떠나려는 상황으로 그려져 실망감이 크다. 왠지 무기력해 보인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어떤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물론, 왕의 군대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니 소수의 사람들을 이끌고 대항해 봐야 별 의미도 없고 위력도 없을 것이라는 건 자명하지만, 그동안 "빈란드사가"를 이끌어 왔던 건 상황을 뒤엎는 소수의 막강한 전력들와 통쾌한 액션들이 아니었나? 13권은 이런 것들을 다 버리고 "빈란드"라는 새로운 땅으로 떠나는 것 같은데, 재미적인 요소들 어떻게 유지할 지 궁금하다.

13권에서는 농장주의 큰아들 토르길이 왕에게 호된 일격을 가하는 재미가 있다. 

예상으로는 토르핀 일행이 빈란드를 향해 떠나는 사실을 알게 된 왕이 뒤쫓다가 실패하고, 토르핀 일행은 마침내 새 땅에 도달하면서 작품이 끝나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토르핀 및 주변의 전사들이 멋진 액션을 펼쳐주면서 재밌는 요소들을 유지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을 틀리게 하면서 더 재미를 주는 작품을 만드는 만화가를 좋아한다. ^^;;

그러고 보니 빈란드사가는 끊임없이 같은 스타일의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 소수의 일행이 언제나 다수의 무리들에게 쫓기는 패턴이고, 대개 소수의 일행에는 막강한 전사들이 있다. 그리고 뜻을 가진 주인공 일행들은 모진 추적을 따돌리고 탈출에 성공한다.

혹시 만화가가 이런 패턴을 좋아해 신세계로 떠나는 작품을 골라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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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다 벽에 한 성형외과 병원의 광고가 줄줄이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계단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빼곡하게 걸려진 비슷한 얼굴의 여자들을 천천히 보면서 내려가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왠 실물(?)의 비슷한 얼굴이 등장해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신기해서 그 여자분의 얼굴을 잠시 바라본 후 드는 생각이..

의외로 성형외과 광고는 과대광고가 아닌가 보다.. 라는.. ㅡㅡ;;




2.  
전철을 타려고 줄을 서 있었다. 문이 열렸는데, 문을 가로 막고 있던 미성년자 세 명이 내리지 않았다. 타려는 사람들이 밀고 들어간 후, 내리려는 사람들이 그 뒤에서 서둘러 나왔다. 아이들은 그 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그 자리에서 비키려 하지 않아 눈총을 샀는데..

왠지 나와 같은 역에서 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맞을 확률이 높은 건 왜일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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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땅" 관람이 끝난 뒤, 김동령, 박경태 감독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는데, 흥미롭고 재밌는 얘기를 많이 들려주어 따로 기록해 둔다. ^^;; 

거미의_땅_포스터

출처 : DAUM



영화제목은 영어제목인 "Tour of Duty"가 먼저 결정된 후, 우리말 제목인 "거미의 땅"이 지어졌다고 한다. 영어제목은 기지촌 관련 자료를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영어로 씌여진 댓글 중에 "Tour of Duty"를 발견하고 의미심장한 연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판단되어 선정했다고 한다.

우리말 제목은 영화에 출연하신 '바비엄마' 박묘연 할머니께서 평소 기지촌 사람들은 개미처럼 일하고, 거미처럼 사라져간다라고 하시는 말씀에서 따왔다고 한다.

'바비엄마' 박묘연 할머니와 박인순 할머니 그리고 안성자 할머니를 주인공들로 선정한 이유와 표현방식이 달랐던 이유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들을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시킬 때 감독들이 가장 우선시 했던 것은 영화가 상영된 이후에 받아야 할 주목이나 평가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신가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김동령, 박경태 감독은 여러 해동안 각자의 이유로 기지촌에서 활동했는데, 다행이 평소 자주 만나고 좋아하던 분들이 모두 그런 준비가 되어있다고 판단하여 상의드리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 후, 할머니들의 성품에 따라 촬영의 성격도 다르게 적용시켰다고 한다. 감독들의 기본적인 의도는 공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땅에 지그시 고정시켜 안정감을 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묘연, 박인순 할머니까지는 이 규칙이 적용되었으나, 안성자 할머니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박묘연 할머니는 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있어 자기표현에 주저함이 없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화면에 대고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가 종종 나왔으나, 박인순 할머니의 경우에는 단편적이고 돌출적으로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어서 행동과 별도의 나레이션을 준비했단다. 영화에 등장하는 걸음걸이는 기지촌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하는데, 무리였다고 본다. ^^;; 기지촌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유령같은 모습에는 공감이 같지만서도..

안성자 할머니의 경우에는 "인간극장 - 애니의 사랑"을 통해 이미 방송경험이 있으셨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촬영을 당했던(?) 당시의 기억으로 인해 "거미의 땅"을 진행할 때는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의견을 내셨고, 두 감독이 밀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영화의 성공에는 세 분 할머니의 기여도 컸다는 걸 두 감독은 굳이 감추지 않는 듯 보였다. ^^;;

박경태 감독은 기지촌 사람들을 미화하는 데에 대한 약간의 우려를 표시했는데, 그냥 담담한 시각으로 봐줬으면 하는 눈치였다. 기지촌 혼혈인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어머니가 외국의 못된 군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자신을 낳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가련한 희생자로 간주하려는 암묵적인 시선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일반인들이 너무 과장해서 해석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기지촌 혼혈인들은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좌절과 부모들에 대한 자기위안적인 추측으로 인해 알콜중독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거미의 땅"은 제 13회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되어 특별상을 수상했다.

아래 링크에서 심사위원의 총평을 읽을 수 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3493

박경태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미국에서도 존재했던 기지촌(?)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고 언급했다. 특이하게도 한국의 기지촌 형태가 미국으로 옮겨간 경우라 그곳이 어떤지 조명해 보고 싶단다. 개인적으로는 베트남전에 활동한 한국군들로 인해 태어난 혼혈인들에 대해서도 확인해 삼부작으로 완성했으면 싶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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