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사단의 최신작 " 그라인드 하우스 " 의 후반부 - 플래닛 테러 - 가 국내에서 개봉합니다. 다행이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볼 수 있었습니다.

" 황혼에서 새벽까지 " , " 씬시티 " 로 잘 알려진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감독을 맡은 " 플래닛 테러 " 는 그들만의 장난기와 난잡함이 제멋대로 펼쳐졌습니다.

큰 틀은 열악했던 옛극장가의 체험을 영화적으로 반복시키려는 데 있습니다. 잘 찍어놓고도 일부러 특수효과로 화면을 엉클어뜨리고, 소리도 조잡하게 변형하고, 심지어 스토리도 뚝 잘라먹습니다. 영화포스터에는 여주인공의 잘려진 다리위치조차 바뀌어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 썩은 유머 " 의 진수입니다.

" 그라인드 하우스 " 는 " 데쓰 프루프 " 와 " 플래닛 테러 " 가 앞뒤를 이루고 4 개의 가짜 광고물까지 엮어 한 개의 작품이 된다고 합니다. 이번 " 플래닛 테러 " 상영에는 <machete> 광고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영화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앉아계셨는데 아마 또다른 광고를 기대하셨던 게 아닐까하고 추측됩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좀비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지는 데, 몇년 전에 개봉했던 " 새벽의 황당한 저주 " 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이라는 영화의 또다른 변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플래닛 테러 " 의 두드러진 특징은 여성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남성영웅을 보조해주던 여성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뀌어 여성이 구세주로 선택받아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B급 영화들이 보여주는 기존 가치관에 대한 저항일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여주인공의 잘려진 다리를 꿰맞추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에서 역전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성구세주를 만들기위해 희생하는 선택된 보조자로써의 남성의 모습이라니..(이 남자주인공의 여자주인공의 다리를 맞춰줍니다. 단순히 애인사이였기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해 보입니다. 이 역할을 수행할 명분을 가진 다른 등장인물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여자를 전사 혹은 리더로 승화시켜 줄 아이템의 장착은 선택받은 보조자가 수행하곤 합니다.) 그외에도 여성들 간의 연대도 자주 등장하고, 억압받는 여성도 결국 구원을 얻게 됩니다. 괴상한 패미니즘처럼 보입니다.

사실 이런 좀비 호러 영화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성있는 장르도 아니고, 쿠엔틴 타란티노 역시 매니아층의 두터운 호응은 있지만, 일반인들의 반응은 극과 극인 편이라고 봅니다. 큰 기대를 하고 보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아직 많은 게 익숙치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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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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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개봉영화 중 최대의 주목을 끌었던 영화! 윌스미스 주연의 " 나는 전설이다 "

1954년 발표된 원작소설, " 콘스탄틴 " 을 만들었던 감독, 윌스미스 주연이라는 기대치만큼만 보여준 영화. 영화자료를 찾아보니 1970년대에 찰턴 헤스턴 주연으로 이미 만들어진 적이 있다는 데, 화면을 보니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 (영화명 : 오메가맨)

집중적인 홍보로 인해 약간의 정보를 이미 습득하고 봐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크게 답답한 부분은 없었다. 영화내용을 모르고 봤다면 좀 답답했을 것 같다.

알려진 대로 로버트 네빌(윌스미스 분)이라는 군인 겸 과학자가 바이러스로 멸망한 미래 세계에서 혼자 남아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영화전체적으로는 과거회상씬이 많이 거슬린다. 적당한 시기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갑자기 현재로 돌아오는 부분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런 게 편집 쪽에서 해주는 역할이 아닌가 싶은데, 과거회상 부분들이 각 장면마다 정리된 내용이 있다기보다 그냥 나눠서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주제는 성인남성의 겪게 되는 단절, 상실에 대한 불안 등을 호러영화의 형식을 빌어 얘기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 캐스트 어웨이 ' 나 ' 매드맥스 ' 등이 떠올려지기도 했지만, 영화 끝자락에 나오는 여인의 독백에서 주인공인 성인남성이 웬지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기희생을 감수해가며 세상을 위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으나, 단지 전설로 남았을 뿐이다.

나는 전설이라는 것이 반드시 화려하고 밝은 의미로만 해석하지는 않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도 전설(LEGEND) 이라는 것이 자기희생을 통해 얻어진 훌륭한 성과물이라면 영화 마지막 장면을 좀 더 화려하게 보여줬어야 한다고 본다. 그를 통해 세상이 구원을 얻었다면 " 로버트 네빌" 기념비가 세워지는 장면같은 것으로 처리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여기서는 여자의 독백으로 마무리되면서 전설(LEGEND) 이라는 게 마치 오래 전 훌륭한 일을 끝마쳤으나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희미하게만 기억되는 구전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성인남성의 고독이 시작되고, 철저한 소외 속에서 일상의 변화들 속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자기희생으로 결말을 짓는다. 세상을 구원했다는 위안을 주기는 하지만, 개인으로써의 성인남성이 홀로 버려진 느낌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무난히 보여줬다. 오락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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