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에서 박준범 감독님의 2007년작 독립장편영화 - 도다리(FLOUNDER) 를 보고 왔습니다. 그간 봐온 독립영화 중 가장 소박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산판 " 세친구 " (임순례 감독) 라고도 하는 이 영화는 부산에 사는 26세 가량의 3명의 친구들의 성장통을 담고 있습니다.

시놉시스

어릴 적부터 동네친구인 상연, 청국, 우석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이제 막 사회로 접어드는 과도기 속에 놓여 있다. 상연은 좋아하는 여자 후배가 있는 동아리방에 오랜만에 찾아갔다가 갑자기 선배로부터 룸살롱 일을 소개받게 된다. 힙합뮤지션을 꿈꾸는 청국은 사채와 현실적 압박 속에 시달리게 되고, 우석은 새벽 선착장과 항만부두에서 힘겹게 일하며 경창 공무원이 되기 위해 매진하는데..
아등바등하는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한 현실은 더욱 더 그들을 암담하게 만든다.
연출의도

가늠한 것보다 가혹한 현실을 극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피부로 느끼며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다. 삶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그들의 믿음과 순수성은 상처받고 퇴색되어 간다.
그러나 그 성장통 후에, 삶에 대한 의지와, 관계에 대한 믿음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자에게 긍정적으로 환원될 수 있길 바라며,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 또한 한큼 성숙하길 바란다.

부산사투리와 특유의 무뚝뚝하지만 정이 묻어나는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청춘이 사회를 직접 체험하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실패를 보여주는 데, 제 느낌에는 현실의 가혹함보다는 부서지기 쉬운 청춘의 일면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비교적 쉽고 차분해서 독립영화가 덮어쓰고 있는 어렵다거나 난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이렇게 되면 TV 드라마보다 약간 더 표현이 센 것 뿐인데 굳이 돈내고 극장에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소박한 관람자들의 잣대에 걸릴 것 같습니다. 웬만한 영화광이 아니면 그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저도 그렇구요. 그냥 적당히 잘 만든 드라마 한편을 극장에서 본 기분입니다. 제작비가 6천 4백 3십만원 선이라고 하는데, 요즘 TV 단막극 한편 만드는 비용과 대비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작된건지 궁금하네요. 물론 독립영화는 효율보다 작가주의 정신이 얼마나 잘 표현되었는가와 관객에게 먹혀들었는가가 중요하지요. ^^;;

전 이런 류의 영화를 몇 편 봐서 그런지 그닥 새롭다거나 예리하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단지 어디나 있는 철부지 한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속에서 열불이 나는 느낌정도였습니다. 약간 오버한 느낌이 나는 건 룸살롱에서 일하게 된 상연이 우석이 동생의 병원비 문제로 매춘을 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좀 스토리가 비약적이라고나 할까요? 친구 동생 죽는 것도 아닌데, 즐기기 위한 것도 아닌 ( 설정상 여자랑 하룻밤 즐기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매춘을 생각한다는 것도 좀 억지스러운데, 약간의 의심이 생겨 주저없이 추적해서 친구가 그런 식으로 돈버는 걸 알아내는 부두노동자라니.. 흠.. 부산의 청춘들은 그게 가능한 건지.. ^^;;

경상도 쪽이 고향이신 분들은 재미있게 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역색도 강합니다.

줏어들은 말에 영화에는 열린 구조와 닫힌 구조가 있다고 합니다. 열린 구조는 감독은 문제의식을 충분히 반영만 하고 그 느낌,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이고, 닫힌 구조란 문제의식과 함께 자신의 의견도 피력해서 관객의 호응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도다리는 열린 구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청춘을 어떻게 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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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섣부름, 재미, 고민을 보여주는 영화.

극장에서 개봉한 흔한 삼류 상업영화보다는 훨씬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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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 관객과의 대화 " 시간에서 김병우 감독이 밝혔듯이 개인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이야기다. 등장인물A를 연기하는 배우A, 등장인물A를 창조한 작가, 작가의 대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간에 가상의 세계에서 실존하는 등장인물A를 중심으로 대립하는 것이 기본스토리인데, 영화 오프닝이 매우 현란하고 혼돈스러운 이유가 아마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는 등장인물A에 촛점을 맞추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반복되는 화면, 어지러운 화면, 알 수 없는 공간은 개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을 때 느끼게 되는 불안정함을 나타낸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도입부분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시놉시스를 읽고 영화를 관람하는 상황에서도 이야기 속에 빠지는 게 쉽지 않았다. 화려한 색감이 관객의 눈에 빠른 긴장을 주어 집중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재빨리 이야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쉽게 피곤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설정

김병우 감독은 어떤 특정영화에 영향을 받아서 이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여러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음은 인정하고 있다. 최근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 - 인랜드 엠파이어, 스트레인저 댄 픽션 등등 - 이 개봉했는데, 김병우 감독은 나중에 알았다고 한다. 나 역시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아주 오래 전 " 명화극장 " 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 그림자 사나이 " 라는 영화(?) - 알고보니 프랑스에서 1982년에 제작된 TV용 영화라고 한다 - 를 떠올렸다.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새롭다거나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참 어려운 부분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판단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설정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기반이 되는 개개의 부품들과 같다고 본다. 같은 부품을 어떻게 짜맞추느냐를 영화의 독창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면 <WRITTEN>은 꽤 독창적이다. 물론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 연극들에서 설정 뿐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주제가 비슷하다면 개인의 무지를 양해해 줬으면 한다. "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 라는 어느 경구에 많이 동의하지만, 조금씩 바꿔가며 다르게 확대, 표현, 재생산하는 것도 창의력의 일종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

<WRITTEN> 은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 등장인물A 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배우A 와 대립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언뜻 매우 추상적이고 진지해 보이기만 할 것 같은 설정은 스릴러적인 요소, 잘 짜여진 구성으로 중반부터 재미를 더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창조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한 각본으로 인해 등장인물A 에게 넘어온 정체성 확립의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 각본의 엔딩에 집착하는 배우A, 감독에 의해 잠식당하려는 위기에 처해진다. 자신의 이야기임에도 주변인물들에 의해 강요되고, 강제로 끝마쳐지려는 억압으로부터 등장인물A는 몸부림친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기에 현실세계로 도피할 수 없는 등장인물A 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구성이 무난하긴 하지만, 허술한 부분을 잘 감추진 못한 점도 있긴 하다. 제작여건의 어려움 때문이었으리라 보여 더욱 아쉽다.

그밖에..

영화 중반까지 연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도 의도된 부분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연극으로 해도 될만한 각본을 영화로 표현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김병우 감독은 영화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한 것 처럼 보였다. 영화 제작기간이 이미 많이 흘러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얘기를 더 해 볼 기회가 생긴다면 묻고 싶은 것이 몇몇 있다. " 관객과의 대화 " 시간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재미있는 질문을 해서 나는 포스팅으로 정리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있었다.

영화 후반 시계보는 장면에 관해 질문해 준 관객이 단연 기억에 남았다. 약간 우스개처럼 마무리 됐지만, 참 세세하게 집중해서 열심히 봤구나 싶어 웃음이 머금어졌다. 시계얘기가 나왔을 때 혹시 중요한 의미인데 내가 간과한게 아닌가 싶어 뜨끔했다. ㅎㅎ



질문 : 영화 초반 등장인물A 가 링거의 깨진 유리조각을 구두발로 밟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암시로 봐도 되는건지요?

질문 : 등장인물A, 작가, 배우A 등은 전문배우 같고, 다른 분들은 비전문배우 같으신데 맞는지요?

질문 : 영화 속에서 반복과 중첩의 의미를 가지는 구성이 있어 보였는데, 의도된 부분인지요?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반복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억압적인 요소로 비춰지고, 중첩은 갇혀진다는 의미와 함께 안과 밖으로 동시에 관객에게 보여주는 의미로도 이해됩니다만.. ^^;;

질문 : 영화 후반 TV화면 조정시간에 나오는 이미지가 셋트에 그려지는 데 이야기가 종착점에 도착했다는 의미인지요? 아니면 이제부터 등장인물A가 진짜 자기얘기를 만들어가려는 준비가 됐다는 의미인지요?

질문 : 등장인물A 와 배우A 가 만나는 장소들에 지하도, 셋트장, 가상의 공간이 나오는 데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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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장편영화 쇼케이스에서 배포된 자료를 전부 스캔해서 올렸습니다. 독립영화 제작현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2천만원에 이정도 영화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주최측에서 술자리를 제안하셨는데, 몇분이나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전 술을 못해서.. 흠.. --;;

아직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독립영화 쇼케이스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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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INDIE SPACE)에서 주최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전수일 감독님의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Time Between Dog and Wolf) " 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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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를 전혀 모르고 갑작스레 관람하게 되어 참신하기 그지없었다.(? ^^;;) 영화시작 직전 남여가 등을 보이고 함께 앉아있는 포스터만 잠시 볼 수 있었다. 개봉관 안으로 들어가니 80석 규모(?) 정도 되는 공간에 드문드문 10며명 남짓의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중간쯤 위치에 자리를 잡았으나,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독립영화 초보 관람자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 (영화가 끝난 후, 감독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코앞에서 진행하실 줄이야.. 뭔가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중압감이.. --;; 그래도 대화의 시간은 재미있었다..)

영화정보를 하나도 모르고 관람을 하게되니 영화가 끝나도록 중구남방의 생각만 가득했다. 머리가 아파올 때 쯤 허망하게 끝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작스레 엔딩크레딧이 올라왔다. 뭘 봤지?


영화제목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제목만 보고는 길들여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관한 로드무비일까 싶었다. 영화포스터를 보면서는 아닌 듯 했고, 사랑얘기를 바탕으로한 길들여진 사람과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간의 갈등이 나올까? 싶었다.

영화초반에 힘든 현실에 시달리는 남자 영화감독(김, 안길강 분)과 무엇인가를 찾아헤매는 듯한 " 영화 " 라는 이름의 여자(김선재 분)이 나온 후, 실향민, 철책 등이 자주 등장하길래 혹시 오늘날의 분단현실을 잊고 사는 남한사람과 분단현실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간의 얘기를 개와 늑대에 비유한 건가 싶었다.

그런데, 영화가 왜 이리 허망하고, 뭔가 텅빈 느낌인지..

영화가 끝난 후, 감독님과의 대화시간이 되서야 영화제목의 의미를 알았다. 프랑스에서는 해가지고, 저녁이 되기 직전의 어슴프레한 시간을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불분명한 시간이라고 한댄다. 그래서 하루 중 그런 시간들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한답니다. 아.. 역시 독립영화는 어느 정도는 알고 봐야할 필요성이 있다.


상실감 - 겨울, 실향민, 동생, 고향

이 영화는 제목처럼 자신이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상실감에 젖어 있는 한 남자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북쪽에 제사를 드리는실향민 가족, 동생을 잃어버린 여자, 자신이 살던 집의 위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감독,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는 고향, 심지어는 잠깐 등장했다가 산속에서 실종된 등산객들까지 일어버림, 상실, 망각과 연관된 요소들이 곳곳에 보인다. 여자주인공도 정말 동생을 찾고 싶긴 한건지 이리저리 방황하듯 동생을 찾는 모습이라니..

감독님과의 대화시간에 영화제목을 듣고, 주제가 상실에 대한 것이고, 개와 늑대의 시간이 저녁무렵 날이 어둑해지는 시간이라면 왜 굳이 겨울에 작업을 했나 싶었다. 그런 시간이 가장 짧은 겨울을 선택하면 촬영이 무척 힘들 것 같았는데, 굳이 겨울에 촬영을 했다면 어떤 의미가 있겠다 싶어 질문했더니 감독님은 겨울이 상실감을 표현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또한 흑백의 색채(색감?)를 좋아하고, 녹다만 눈이 있는 상태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영화 중간중간 그런 장면이 보였나 싶다. 심지어 차의 앞유리에까지..

음.. 역시 독립영화는 극단적인 취향이 곳곳에 배여있는 영화다. 나같은 무한솔로는 겨울보다 여름에 더 상실감을 많이 느낀다는.. 겨울에는 그나마 돌아다니는 커플이 적거나 어딘가에 파묻혀 있어 살 만 하답니다. ㅋㅋ(여담이었습니다. --;;)

전수일 감독님은 흑백의 화면 등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혹시 영화에 초반에는 하얀 똥개 한마리가 나오고, 후반에는 까만 똥개가 한마리 나오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인지요? (두번째 여담이었습니다. ^^;;)

잃어버린 것들

주인공은 처음에는 현실에 도피나 혹은 마지못한 여행으로 고향을 찾았다가 여주인공을 만나서 자신의 고향을 돌아보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결국,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가 다시 찾으려 하나, 만났던 여자(여주인공)도 자신의 고향집도 찾지 못한 채 일터로 돌아간다. 그후, 친척분의 죽음으로 다시 고향을 방문했을 때, 여주인공이 눈밭에서 원을 그리며 마구 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엔딩장면을 마무리한다. 여전히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 쳇바퀴돌 듯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장면인지, 아니면 무한히 원을 그리며 돌다보면 희망을 찾을 수 잇다는 것인지 잘 모르겟다. 하지만, 느낌으로는 전자에 가깝다고 본다. 상실상태의 무한한 반복.. 요즘 서민들 인생이 다 그렇지 않나 싶다. 난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  나는 그런 상실감을 느끼는데 그리 강하지 않다. 세상에는 견딜 수 없는 감정들도 참 많다고 보는 편이다. 여기서 견딘다는 것은 인격적으로 혹은 성향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그런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나름대로는 견뎌냈다고는 하지만 바깥쪽에서 볼 때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잃어버린 것을 찾으면 복원될른지도 모르겄고..

기억나는 장면

영화 중간에 술에 취한 주인공이 자신의 고향집을 찾지 못해 괴로와하는데, 술집 주인아주머니가 지나가자 손을 붙잡고, 자신의 고향집이 어디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는 너 취했구나 하며 혀를 차며 돌아선다. 이 장면이 왜 그리 웃기던지..

오늘날의 독립영화의 현실과 비슷한 싶어서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온갖 고생해 가며 다양한 영화, 소중한 영화, 좋은 영화들을 만들다가 술에 쩔어 관객을 붙잡고 우리가 설 곳은 어디요? 라고 묻는다면 관객들이 이렇게 말할 듯 싶다. 너 취했구나? ㅋㅋ

모든 관객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독립영화가 보여주는 너무나 다양한 취향들로 인해 일반 관객들도 독립영화라면 일단 머리써서 봐야할 영화라고 인식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나도 그래서 독립영화는 자주 보는 편이 아니다. 그나마 같은 회사에서 영화관련잡지를 발행하니 얻어보게 되고, 읽게 되어 대충 이런 건 보면 내 취향이겠구나 싶은 것들만 우연히 찾게되면 보는 상황이다. 김기덕 감독님의 " 악어 " 라는 데뷔작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게 독립영화라는 거구나 싶었다. 지금도 김기덕 감독님을 독립영화인인 듯 싶다.

뭐 영화인도 아니고, 영화관련자도 아니니 독립영화가 제자리를 잡아야 하네 마네, 어때야 하네 마네 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간혹 만나게 되는 참신한 독립영화들이 좋았으니 립서비스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나 싶어서 포스팅해 본다.

독립영화관 잘 될까?

옛날 중앙극장 자리가 중앙시네마로 이름을 바꾸고, 이번에 인디스페이스 라는 독립영화관이 생긴 듯 하다. 3층만인지 전체가 독립영화관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처럼 자주 감독님과의 대화시간이 있으면 재미있겠다. 물론 감독님들은 바쁘시기도 하겠거니와 모든 분들이 다 얘기꾼들은 아니시라 퍽퍽한 면도 있으리라 본다. 유쾌한 전문 진행자들도 양성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진행하신 분이 못했다는 건 결코 아니다. 대화시간에 보니 너무들 조심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 아직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듯 하다. 나도 그랬고..

독립영화관의 수익구조로 인해 문 닫은 곳이 있다는 걸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새롭게 오픈하는 곳은 좀 현실적인 운영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블로그마케팅의 귀재라도 있지 않는 이상 저가형 마케팅으로는 유지가 어려울 듯 싶은데.. 어쨌거나 잘 되길 빈다. 뭐 나도 월급나오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한두달에 한번꼴로 이런 데 가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익히 들었거나, 관심있는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있다면.. 이런 영화는 한번 보면 한두달은 머리가 아프고, 포스팅하는데 손가락도 아프다.

스포일러 : 전수일 감독님은 가수 윤수일, 홍콩영화배우 황추생 을 닮은 듯 하다. 첩보는 사람이 이런 소리 한다고 화내시지는 않으시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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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첫날을 독립영화 관람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2007년 마지막날에 관람하려 했으나,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1월 1일 1회를 명동에 있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박하동하 감독님의 " 택시블루스 " 를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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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인터뷰(필름2.0)

관련기사(필름2.0) - 기사 하단 내용이 재미있네요. 진짜 이렇게 제작된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인정해야 할 지 궁금합니다. ^^;;

감독인터뷰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택시블루스는 승객들의 동의를 얻은 장면과 재연장면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재연장면과 실제장면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어떤 제작방식이었든 이것이 독립영화임은 분명하니까요. 오히려 편집을 통해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혹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 보는 게 재미있어 보입니다. 항상 벌어지고 있지만 잘 비춰지지 않았던 불편한 사실들을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심하게는 혐오감을 느끼실 분도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알려진 대로 감독이 직접 택시운전기사 생활을 하면서 차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7만 여대의 택시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화려한 도시의 이곳저곳으로 데려다 줍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닫혀진 작은 공간에서 엿보는 이 영화는 다양한 삶의 고뇌와 단편들을 나열해내고 있습니다. 누가 더 괴로운지 누가 외로운지 누가 더 한심한지 단정하지 않습니다. 삶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자기가 만든 삶인지도 불분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적지도 확신하지 못한 채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녁, 아침, 낮 등의 시간마다, 택시기사의 일상마다 옥죄여오는 인생의 무게가 사람들 속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편집에 따라 운전기사(감독)의 모습도 점차 변해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 부분이 제 생각에는 재연장면과 함께 다큐멘터리로 인정해야 할지 아닐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감독은 다큐멘터리로 고집해서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지금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확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저는 희미하지만, 편집을 통해 주인공(택시기사, 감독)의 감정의 기복이 노출된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한창 보고 있으면 택시를 탄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영화가 어디에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내릴 수 없는 기분이랄까요? 씁쓸한 커피한모금이 입안에서 삼켜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손가락 끝에 걸린 매미의 모습이나 길가에 머리가 터져 죽어있는 고양이를 빙글빙글 맴돌며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이나, 택시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둘러보는 순해 보이는 개의 모습이나 그저 삶을 지켜보기만 하며 눈을 떼지 못하는 이는 애환의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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